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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명가다운 사운드 퀄러티를 쉽게 느낄 수 있었으며, 진공관 앰프를 중심으로 한 동사 제품 전반에 흐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음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연상되었다. 디자인적인 매력은 보는 이에게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특히 동사의 프리앰프나 릴테이프 레코더 제품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반드시 소유욕을 일으킬 만큼 멋진 모습은 필자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생각나게 했다.
스위스제 오디오의 인기는 이제 더 이상 화제가 아닐 정도로 보편화된 상황이다. 자국 최고의 정밀 가공 산업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닉스 기술을 접목하여 발전을 거듭해 온 스위스 오디오 산업은 이제는 적어도 톱 브랜드의 하이엔드 오디오계에서는 최고 중의 최고라고 평가해도 반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전 세계 애호가들의 믿음과 신뢰는 절대적인 상황이다. 스위스 오디오 업계의 최고 브랜드인 골드문트와 FM 어쿠스틱스의 경우 하이엔드 업계를 양분할 정도의 영향력과 판매력이 막강하며,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스위스 신생 브랜드들의 실력과 인기도가 놀라울 정도인 것을 보면 오디오 업계에서 스위스라는 나라의 영향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
그럼 과연 이런 스위스제 오디오 제품의 인기와 실력의 비결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 비결은 오디오 제품을 미적 세계로 승화시킨 그들만의 독특한 디자인 감각이다. 솔직히 필자와 같이 음의 정통성과 제품의 실력에 연연하는 애호가들의 경우 디자인은 제품의 구입을 좌지우지할 만한 요소가 아니지만 의외로 많은 애호가분들은 제품 구입의 첫 번째 요소를 디자인적 아름다움으로 설정한다. 이는 최근 현대의 오디오 시스템이 생활공간의 인테리어의 일부로 인식되는 경향에서 기인하는 요소인데 이런 측면에서 스위스제 오디오 제품의 미적 감각은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 깔끔한 백색 바탕의 군더더기 하나 없는 골드문트 제품의 외양에 가슴을 설레거나, FM 어쿠스틱스의 푸른색의 은은한 빛을 바탕으로 한 알프스 산 모양의 로고에 현혹되었던 경험 많은 애호가 분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 역시도 두 회사 제품들을 소리도 들어보지 않고 디자인적 아름다움 하나로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던 적도 있었으니 그만큼 스위스제 제품들의 미적 우수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인 나그라의 제품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누구나 처음 보면 쉽게 잊기 힘든 그들만의 매력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다.
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스위스 오디오의 강점으로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최고 제품을 개발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스위스 유명 브랜드 모두 프로용부터 실력을 쌓아 올린 전통의 메이커들이다. 특히 서구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상업적인, 즉 일반 대중을 목표로 한 다량 판매용 제품 개발 목적보다는 언제나 세계 최고의 제품만을 만든다는 소수정예주의에 입각한 제품개발 정신은 동종 업계의 타 브랜드들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대부분 최고가 제품들의 생산과정을 수공 과정과 최상의 음향 튜닝을 통해 완성하는 등 제품 하나하나에 기울이는 열정과 정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바로 이런 자세가 최고 제품의 비결 중 하나라는 의견이다. 물론 골드문트와 같이 오디오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오디오 개발 전문 연구 인력을 30명 이상 보유할 만큼 그들의 최고 제품의 개발을 위한 열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원인으로는 타 산업 분야에서 이룩한 스위스의 국가적인 기술적 인프라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최고 부품의 공급부터 정밀 가공 및 세계 최고 수준의 일렉트로닉스 기술까지 최상의 오디오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한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음악을 사랑하고 항상 천혜(天惠)의 자연 속에서 자란 그들의 민족성 또한 오디오 제품의 음향 철학에도 그대로 이어져 스위스 제품의 공통적인 정서인 순도 높고 맑고 깨끗한 사운드는 분명 자랑할 만한 최고의 음향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그라 역시 이런 스위스 오디오 업계로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지대한 대표 브랜드이다. 제품의 모든 측면에서 그들만의 개성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번 시청 의뢰 제품은 CDC라는 모델의 CD 플레이어로 파워 앰프와의 직결을 전제로 개발된 프리앰프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필자가 서두에 스위스 오디오 중 강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배경에는 바로 나그라의 경우 스위스 오디오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실질적인 선구자적 브랜드로, 그 정통성과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리했던 것이다. 1950년대부터 프로용 릴테이프 녹음기로 최고의 명성을 누려왔던 나그라의 경우 이후 진공관을 중심으로 한 프리·파워 앰프의 출시 후 스위칭 전원을 탑재한 파워 앰프, 포노 앰프에 이어 드디어 CD 플레이어까지 이제는 민생 분야에서도 종합 오디오 메이커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다.
먼저 제품의 외관을 살펴보면 한눈에도 나그라의 제품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일관된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프리앰프 기능을 내장한 CD 플레이어로는 상식을 초월한 작은 크기의 외양은 과연 이런 크기에 충실한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동사의 타 제품인 릴테이프 제품이나 프리앰프 제품과 동일한 크기 정도로 마무리되었으며, 전면의 아날로그 미터기를 포함한 기본적인 외형적 디자인 감각은 기존 제품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이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심지어 귀엽게 느껴지는 외양은 소유욕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강한 매력을 뽐내준다. 전원부는 분리형이며 시청 전 내부를 잠깐 열어 본 필자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단번에 사라질 정도의 완벽한 만듦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왼편의 드라이브 메커니즘 우측으로 가지런히 정리된 기판의 기능별 블록화를 통한 완벽에 가까운 설계는 일체의 빈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신호 처리 회로를 실드 커버로 덮어 간섭의 영향까지도 고려한 설계는 마치 큰 사이즈의 플레이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컴팩트한 크기에 모든 기술적인 세심한 배려가 투입되어 있다. 이 정도의 설계 사상과 완벽한 구성이라면 굳이 큰 사이즈의 플레이어가 과연 필요할까 하는 식의 발상의 전환마저 갖게 되며, 자세한 시청평을 통해 정리해 드리겠지만 크기 때문에 우려했던 음의 스케일 등 선입견이 무너지는 사운드는 필자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CDC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드라이브 메커니즘을 들 수 있다. 필립스의 CDPRO2M 메커니즘을 채용했으며, 이를 실리콘 서스펜션으로 플로팅시킨 후 나그라 모노블록 트레이라 불리는 드로어에 수납한 다소 복잡한 구조를 채택했는데, 메이커 측의 설명에 의하면 로딩 시 메커니즘이 통째로 이동되는 구조로 프론트 로딩의 편리성에 톱 로딩의 내구성이나 신뢰성 등의 이점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구조이다. 실제 개폐 및 로딩 동작에서도 기계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인데 음의 퀄러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에 채택된 주요 기술로는 지터 성분의 측정 한계 이하의 억제, 쿼츠 발진 회로를 채택한 레퍼런스 클록 제너레이션, 2조의 버브라운제 DAC 칩 등 요소요소에 최신의 기술을 탑재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날로그 출력은 언밸런스·밸런스 각 1계통이 지원되며, 디지털 출력의 경우 동축, 광, 밸런스 각 1계통씩 지원된다. 전면의 프런트 패널에는 나그라만의 독창적인 아날로그 미터가 탑재되어 있다. 리모컨 모드와 수동 모드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수동 모드 사용 시 동사 특유의 독특한 조작감이 매력으로 부각된다.
시청은 월간 오디오 시청실을 이용하여, 랑쉐의 4.1 스피커를 메인으로 나그라의 PMA 파워 앰프와의 직결 및 솔루션 프리앰프와의 연결 등을 통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음의 특징은 동사 제품 전면에서 느낄 수 있는 음의 독특한 감촉이다. 이는 지난 번 파워 앰프 특집 시에도 언급했던 솔리드스테이트 앰프임에도 불구하고 나그라 특유의 진공관적 촉감에 관한 필자의 시청 소감을 정리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느낌의 리스너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음의 질감과 촉감 측면에서 커다란 매력을 한껏 뽐내었다. 여성 보컬곡을 예로 들면 어딘지 모르게 입술이 좀더 달콤하고 촉촉하게 젖은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음의 촉감은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는 분명 디지털이냐 아날로그냐 하는 기본적인 재생음향의 스타일을 따질 수 없을 만큼 음악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고품격의 세계이다. 사실 왜소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다소 의심이 가던 대편성 곡 몇 곡을 들어본 결과 외형을 잊게 할 만큼 당차고 스케일감 넘치는 세계가 전개되었다. 게르기예프 지휘의 불새의 경우 무난하게 자리 잡는 사운드 스테이지의 음폭과 진폭은 비교 시청했던 분리형 제품과 맞먹을 정도의 스케일감을 선보여 주었으며, 저현 악기와 팀파니의 거친 매력을 나그라 특유의 단정함으로 약간은 다듬은 듯한 성향을 보여주었다. 이는 물론 취향의 호 불호 문제일 것이다.
이어지는 몇 곡의 대편성 시청 시에도 우려했던 스케일감의 재현은 단지 기우였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만큼 완성도 높은 실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악기 간의 분리감이나 전반적인 투명도 높은 음장 공간의 재현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간섭 없는 완벽한 설계가 바탕이 되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만큼 우수한 특성을 보여 주었다. 현악곡에서 보여주는 능력은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주었다. 특히 적절한 온도감을 수반한 배음과 섬세한 보잉의 표현력 등 이는 분명 플레이어 자체의 기본기가 갖추어지지 않고는 결코 얻기 힘든 음이다. 이 정도의 음이라면 굳이 해상력이나 스피드감 등 자주 쓰는 오디오 평가용 표현들을 쓰고 싶지 않을 만큼 절묘하게 아름다운 음악이 재생되었다. 직결 방식과 프리앰프 방식의 비교 시청 결과 기본적인 음의 표현 방식은 유사했으며, 오히려 음의 순수성과 정보 재생 능력 측면에서는 직결 방식의 우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단언컨대 평소 직결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 필자조차도 프리앰프의 필요성을 못 느낄 만큼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한 혜택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인 시청 소감은 역시 전통의 명가다운 사운드 퀄러티를 쉽게 느낄 수 있었으며, 진공관 앰프를 중심으로 한 동사 제품 전반에 흐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음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연상되었다. 디자인적인 매력은 보는 이에게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특히 동사의 프리앰프나 릴테이프 레코더 제품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반드시 소유욕을 일으킬 만큼 멋진 모습이었으며 필자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생각나게 했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진리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입증한 이 제품은 오랜 기간 동안 후대에도 전설의 명기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들 정도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 주었다.
수입원 : 캄피아 (02)717-4274
·가격 : 1,800만원
·재생 포맷 : CD, CD-R/RW
·D/A 컨버터 : 24비트
·오버샘플링 : 8x(352.8kHz)
·대역폭 : 20Hz-20kHz
·S/N비 : 108dB 이상
·THD+N : 0.003% 이하
·채널 분리도 : 90dB
·아날로그 출력 : XLR, RCA
·출력 레벨 : 1 또는 3.5V
·디지털 출력 : AES, S/PDIF, Toslink
·소비 전력 : 6W, 12W(최대)
·크기(WHD) : 31x7.6x25.4cm
·무게 : 4k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