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11일 징계 자격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지난 연말 '여의도 전기톱 국회' 장본인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나홀로 활극' 당사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심사했으나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허무하게 1시간 만에 끝나버렸다. 이러다가 국회 폭력에 대한 자성은 커녕 '제 식구 감싸기'가 또 한번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957년 5월 25일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무소속 정치인들과 함께 연 시국강연회에서 깡패들이 난동을 부린 사건과 관련해 폭력배를 지휘한 일명 정치깡패 '유지광 사건'이 있다. 

    1987년 4월에는 통일민주당 지구당 창당 방해사건(일명 용팔이 사건)이 유명하다. '용팔이 사건'은 통민당 지구당 창당대회 때 정치인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 150여명이 흉기를 들고 지구당 사무실에 난입해 당원들을 폭행한 일이다.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지시로 안기부가 개입한 대표적인 정치공작 사건으로 이 사건을 배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택돈 당시 국회의원과 장세동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장은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약 청문회의 스타로 만들어 준 '명패 투척사건'도 있다. 1989년 12월 광주특위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광주사태 당시 발포를 자위권 발동이라고 증언하자, 당시 통민당 소속 노무현 의원이 증언대를 향해 명패를 집어던졌다. 이후 재떨이, 명패, 의사봉 등이 국회 단골 흉기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상정을 두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음해인 2005년 12월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몸싸움 끝에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여당이던 열우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20분만에 통과시키자 여야 의원이 뒤섞여 몸싸움이 벌어진 것. 정봉주 열우당 의원이 의장석 앞 발언대에서 제안설명을 하려 하자, 순식간에 단상 주변은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장이 돼 버렸고 본회의장은 욕설과 고함으로 뒤덮혔다. 그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으로 의원들의 옷이 벗겨지고 넘어지는 등 추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2008년 12월, 드디어 국회에 전기톱까지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비준 강행상정을 위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문을 걸어잠갔고, 민주당은 문을 뜯어내려고 대형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했다. 회의장 안에 있던 경위들은 바깥쪽으로 소화기를 분사했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회추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한국의 정치 후진성'을 보여주는 예로 소개돼 대대적인 국제적 망신을 받았다. 당시 해머를 들고 문을 때려부쉈던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내 집에 도둑이 들면 몽둥이도 들 수 있다"며 폭력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이 사건 후,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국회 본회의 발언에서 "해머와 전기톱을 휘두른 자는 공사 현장으로 보내고, 주먹을 휘두른 자는 격투기장으로 보내고, 불법 시위자는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개원 60주년이 지났지만, 이처럼 국회의원의 폭력은 여전하다. 국민의 정치 무관심과 혐오가 여전한 이유가 국회 폭력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폭력 국회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이같은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국민윤리과)는 "폭력문제에 있어서는 여야를 떠나 그 자체가 악이라는 생각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