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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국가존망(國家存亡)이 달려있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의 화합 및 노․사․정의 대타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무기력하여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며, 야당은 불법과 폭력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더구나 주요 노조단체들은 노․사․정 대화에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정부의 어떤 경제회복 노력도 ‘공염불’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헌법기관이라며 으스대며 국정감사에서 고함지르던 선량(選良)들이 정작 예산안 심사에는 지역구 민원이나 챙기고, 법안심사는 강 건너 불 보듯 관심도 없고,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집단 외유에만 신경을 쓰는 이익집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즈음 작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공기업 개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0% 예산 절감, 15% 인력 감축이라는 고육지계(苦肉之計)로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그런데 국회는 사회 각 부분의 고통분담 노력에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정작 구조조정을 솔선수범해야 하는 국회가 등 따습고 배부른 ‘신의 직장’인 무풍지대(無風地帶)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 상 도시지역은 인구 상한선이 31만 2000명으로 선거구 조정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농어촌지역은 인구 하한선이 10만 4000명으로 이를 맞추기 위해 3-4개 군을 하나로 묶는 무리한 선거구 조정이 총선 직전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연중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경북 울진 영덕 봉화 영양 국회의원 선거구는 4개 군이 하나의 선거구를 형성하고 있는데, 영덕에서 봉화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봉화서 서울까지 가는 시간 보다 많이 걸리는 코미디 같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지역 유권자들의 의사와 생활권과 완전히 유리된 게리맨더링으로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 실세들간의 야합에 따른 결과이다.
따라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양원제 주장’은 한 번 음미해볼 만하다 하겠다. 그는 “단원제는 국정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겠지만 국정의 안정성은 어렵다.”며 “비교적 선진국이나 민주화된 국가는 단원제보다 양원제가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또 “앞으로 인구집중으로 수도권에 사는 인구가 나라 전체의 과반이 될 수 있고 단원제는 ‘수도권 국회’가 된다”면서 “양원제는 지역대표성을 갖고 있어서 국회의 지역편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234개의 시·군·구를 70여 개의 광역 단위로 재편하는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차제에 고비용 저효율의 지방정치 구조도 개편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기초 지방자치 단체장의 상당수가 재임 중 부정 비리에 연루되어 중도하차하고 있으며, 전문성의 부족한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더 이상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두선으로 지방정치의 적폐(積弊)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실사구시의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국회의원 정수(定數)를 대폭 줄여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는 국회도 고통분담에 동참한다며 의원 299명을 273명으로 줄인 전례가 있다. 그러니 돈 공천으로 오명(汚名)의 굴레가 씌워진 전국구 의원 54석 중 절반, 지역구 245석 중 10% 정도 줄이면 국회의원 숫자를 250명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인구 3억의 미국 하원이 435명, 인구 1억 3000만 명의 일본 중의원이 435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인구 5000만 명의 국회의원 250명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닐 것이다. 국회가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으로 다시 태어날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15명의 현역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윤리특위는 그야말로 밥만 축내는 위원회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작 국회 윤리위에 실효성 있는 윤리심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산만 축내는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윤리위원회를 그대로 둬야 할까.
학계, 언론계, 및 국회를 상시 감시․감독할 수 있는 외부 인사들로 ‘윤리 심사위’를 만들어, 여기서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 국회 윤리위가 반드시 따를 수밖에 없는 명실상부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해머를 든 의원, 기물을 파손한 의원 등을 방출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국회를 이종 격투기장(格鬪技場)으로 전락시킨 의원들을 속아내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