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자 문화일보 사설 "김형오 국회의장의 유약한 리더십"입니다. 네티즌 여러분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議事)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국회법 제10조(의장의 직무)의 명문이다. 김형오 의장은 어떤가.우리는 김 의장이 국회의 장기파행 그 책임의 정점이라고 믿는다. 지난해 ‘12·18 폭력 국회’에서부터 연말을 넘긴 여야 쟁점 법안 협상 난항에 이르기까지, 국회 수장에게 요구되는 정치 리더십은커녕 법이 부여한 직무조차 회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2일 국회 신년인사회에서도 “앞으로도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런 사유체계부터 국회 수장의 직분을 개인 차원으로 치환하는 오류라고 본다.
김 의장은 의회민주주의의 법과 원칙에 의거해 ‘민의의 전당’을 유린한 ‘야만의 폭력’과 ‘파행’을 진압하고 정리했어야 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단독 상정에 반발해 지난달 18일 의장실부터 강점해 국회와 의장의 권위에 도전했지만 주변을 배회했을 뿐이고, 26일 본회의장까지 점거되자 아예 잠적한 김 의장이다.
이어 연말 여야 협상이 막판에 이른 듯 싶자 선영 방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뒤 29일 지역구 부산에서의 “밤 12시까지 본회의장을 비롯한 의사당 내 모든 점거 농성을 풀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 질서회복 조치를 취하겠다”며 “31일 본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섰던 김 의장이다. 민주당이 본회의장 강점을 끝내 풀지 않자 세밑 31일엔 비서실장을 통해 ‘의장단+3당 대표+3당 원내대표 9인 회담’을 제안했지만 역시 거부됐을 뿐이다. 가위 ‘의장 유고(有故)’상황이다.
해가 바뀌어도 김 의장이 바뀐 것은 없다. 1일 현충원 방문도 취소하고 잠적 보름 만인 2일 민주당이 의장실 강점을 풀어준 국회에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여야의 연초 담판이 헛바퀴 돌게 된 원경(遠景)의 일환 역시 김 의장이 제공한 점을 기억한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9차례 검찰 소환에 불응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당시 국회 상정을 회피한 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당선무효해당형을 선고받은 문 대표가 월초 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의 공동 교섭단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의 원내대표를 맡은 것도, 그 때문에 여야 담판이 표류한 것도 ‘의정 코미디’의 연속일 뿐이다. 그 코미디 한가운데 김 의장이 있다는 게 우리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