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구조조정은 역대 정권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려던 정책이다. 김대중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무현 정부는 ‘혁신’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고 말았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좌파 정권 10년 동안 많은 공기업은 인원을 늘리고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할 공기업이 이젠 국민의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전대미문의 금융 및 실물 경제 위기 국면과, 검찰이 밝힌 공기업의 비리백태로 이제 공기업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됐다. 공기업들은 스스로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역대 정권의 공기업 개혁 시도는 공기업의 뿌리 깊은 보신·이기주의, 소관 부처와의 커넥션 등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필자는 공기업 개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과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에 충실해야
공기업 선진화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고객만족’, 나아가 ‘고객감동’이 개혁의 최대 가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逐鹿者不見山 축록자불견산)고 했다. 공기업들이 눈앞의 작은 이해득실에 얽매여 공공부문 경쟁력을 끌어 올리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2. 공기업 수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공기업 수장의 리더십 부족은 개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동안 노조 반발과 분란을 우려해 타협선을 찾아온 수장이 적지 않다. 공기업 개혁의 주체를 각 소관 부처로 이관한 것도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통분담의 전형’으로 꼽은 한국농촌공사는 첫째 노사가 15% 인원 감축·임금인상분 반납 등으로 ‘상생’의 길을 열고, 둘째 취임 3개월 사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기업 수장의 수범 사례가 되고 있다.
3. 공기업 부패친화 구조부터 차단해야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그 구성원의 일상화한 부패는 주무 부처 감독권과 함수관계를 지닌다. 따라서 공공기관 핵심 간부 보직을 주무 부처 출신 공직자에게 나눠주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이 흑자가 나도 주무 부처가 지원을 하는 이유는 ‘퇴직 후 진로’와 무관할 리 없으며 주무 부처와 산하 공기업의 ‘공생관계’를 실증하는 것이다. 감독권을 매개로 한 ‘주무 부처-공기업의 거래’ 차단이 시급한 과제다.
4. 무늬만 구조조정 안 돼
공기업 구조조정은 민영화, 통폐합, 기구 축소 등 근원적인 조직 재편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기능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공기업은 과감히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 예를 보면 10% 인원 감축도 비정규직이나 기능직에 집중돼 실질적 인원 감축 효과는 없는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했다. 이번에야말로 직제개편을 통해 임원과 간부 및 정규직 사원 중심으로 조직 슬림화가 이뤄져야 한다.
5. 임금 삭감이 수반돼야
305개 공기업만 해도 인원이 26만명에 달한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은 인원 감축은 물론 임금 삭감 등 내부 군살빼기에 나서야 한다. 각종 명목의 과도한 사내 복리·후생 체제나 학자금, 주택자금 무상지원 같은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 10% 임금 삭감은 10% 인력 감축과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 민간 기업들은 지금 하루하루 죽느냐 사느냐 하는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기업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성공할 때 공기업은 비로소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