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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1일 3박 4일간의 취임 후 첫 러시아 공식 방문을 무사히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러 기간 동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그리고 러시아의 실력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의 면담을 갖는 등 양국의 실질적인 협력강화를 이룬 실용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다.
특히 수교 18주년을 맞은 한러관계를 시존 '상호 보완적인 건설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 경제통상 분야 협력에 그쳤던 양국 관계를 정치, 안보, 외교 등 전 분야로 확대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또 취임 7개월여 만에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를 복원하거나 격상하는 한반도 4강 외교의 기본틀을 완성했다.
◇ 실질적 경제협력 확대 = 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서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배관 건설에 합의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초대형' 경협 합의는 한국에 안정적인 가스 공급과 비용 절감, 그리고 북한 경제에 실질적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보다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양국은 이 대통령의 방러를 계기로 단기복수사증 협정, 광물자원 협력약정, 나노기술 공동협력 양해각서, 금융협력 계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려 26개 협정을 체결했다. 블라디보스톡 인근에는 한국 전용 부두를 건설하기로 하고 실무적 협상에 곧바로 돌입한다. 자원·에너지 협력과 과학기술, 특히 우주기술 분야 협력은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및 자원외교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방러 기간 중 이 대통령이 참석한 한러 친선 우호를 위한 만찬,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는 예상보다 많은 러시아측 관계, 경제계 인사가 참석하면서 양국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처음 이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뭔가 해보자'는 활기와 의욕이 넘친 자리였다"고 말했다.
◇ 남북러 3각 경협 구축 = 북한이 핵시설 복구 조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내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의장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체제를 공고히 구축하는 성과를 낳았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를 높이고 협조를 당부했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약속받았다.
북한을 경유할 천연가스 배관 설치에는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북한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양국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을 통해 북한의 명분을 최대한 살려주면서도 북한 경제난 극복에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남북러 3국 모두에 '윈윈'이 되는 경협을 구축하겠다는 중장기적 플랜을 마련한 것이다.
◇ 양국 인적교류 확대와 코리아 브랜드 제고 = 한러 양국은 2010년 수교 20주년에 즈음해 국민간 교류를 확대하기로 뜻을 모으고 절은층의 교류를 원활히 해 미래 양국 관계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공감을 이뤄냈다. 먼저 서로 '한국의 해' '러시아의 해'를 선정하기로 하고 양국 국민간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사증 발급 간소화 등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문화, 학술, 청소년, 체육 분야의 교류를 넓히고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 추진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러는 역대 대통령 최초로 취임 첫 해에 이뤄진 것이라는 데 러시아측은 큰 의미를 뒀다. 그만큼 양국간 상호 발전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마련됐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모스크바 특파원과의 간담회, 러시아 언론인과의 간담회, 러시아 인사를 대상으로 한 한러 관계 유공자 서훈 수여,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면담 등 러시아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일정을 마련하고 적극 임했다. 방러 마지막날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 대통령의 자원외교, 실용외교 행보를 보완하기 위해 모스크바 시내 교육시설을 방문하고 동포 예술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양국간 문화예술 및 교육 분야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조용한 '내조 외교'를 펼쳤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