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이 예상보다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지율은 오를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별한 반응을 나타내진 않지만, 자칫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을까하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48.7%의 득표율과 530만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차를 보이며 '압도적'으로 당선됐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영어 공교육 강화 논란을 시작으로 내각 인선 파동, 총선 공천 갈등, 미국 쇠고기 논란을 겪으며 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25.4%라는 최저치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기록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여부, 교육자율화 방안 등 정책 혼선에 총선을 통한 정치권의 공세가 더해지며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하락세가 이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지지층 이탈이 아닌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문제다. 가장 큰 이슈인 미국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무려 81.9%가 '정부의 해명을 못믿겠다'고 답했으며, 미국과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5.9%에 달했다. '광우병 괴담'에서 시작한 이상기류가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눈도 오고 비도 오고 그런 것"이라며 비관적인 해석을 피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있는게 아니냐. 굵직굵직한 현안을 비켜가지 않고 정면 대응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은 과거 서울시장 때도 지지율 불안의 원인이 됐지만 잘 이겨나갔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위기탈출을 위한 해법이 시급하다는데 청와대측의 이견은 없다. 청와대는 요즘 "민의를 존중한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일각의 청와대 인적쇄신 가능성을 일축하는 브리핑을 하면서 "민심을 거스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분발해 한번 한 실수를 다시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 비상에 걸린 한나라당도 분주하다. 미국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악화된 여론을 타개하기위해 당 차원에서 민심 수습책을 마련해 조만간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나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성사에 복수의 당 중진급 인사들이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