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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거세지면서 한나라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당 화합을 위한 극약처방으로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23일 이재오 의원과 긴급 회동을 갖고 해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이 부의장과 '동반 불출마'를 언급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도 이날 청와대측과 긴밀히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한나라당의 내분이 격화된 것에는 소위 '형님내각' '형님공천'으로 인한 민심의 변화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내각 인선파동과 당 공천갈등 한 가운데 이 부의장이 있으며,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만이 멀어진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당내 반발은 기인한다.
당 소장파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이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식 요구한 데 이어 23일에는 수도권 공천자 20여명은 집단 성명을 통해 이에 동참했다. 다수의 '친이'측 의원들도 포함됐다. 이 부의장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수도권을 넘어 이날 저녁에는 충청, 강원, 영남권으로 번져 가담자 수는 55명선에 달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는 "작금에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공천파동과 당 개혁 후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지원유세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 부의장에게 불출마를 권유할 지, 당내 문제로 덮어둔 채 정면돌파를 시도할 지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한 이재오 의원과 이 의장의 동반 불출마 가능성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데 동의한 명단에는 심재철 윤건영 박찬숙 정두언 차명진 진수희 공성진 권택기 정태근 김성식 김희정 안경률 등 친이성향의 공천자들이 대다수를 차지, 이 대통령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의 문제"라는 공식입장만 되풀이할 뿐이다.
박찬숙 의원은 2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부의장이 억울하신 측면은 있겠지만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이 대통령이 정국을 편안하게 이끌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이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불출마를 선언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더 나아가 "'나는 이러한 것으로 (새 정부에) 짐이 됐고 또 짐이 된다고 국민이 생각하므로 스스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해야한다. 누구와 같이 사퇴하자는 것은 유쾌한 방법이 아니다"면서 이 부의장과 별개의 문제로 이재오 의원도 총선에서 물러날 것을 주장했다.
이 부의장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당내 권력투쟁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의원은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각자 공천 과정에서는 자기 사람 심기에 각자가 다 혈안되어 있다가 공천이 막상 다 끝나서 내일(25일)이 등록일인데 지금 와서 제기한다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는데 대한 책임론의 양상으로 되고 있다"면서 "이 부의장이 이 책임을 모두 져야 하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해서 상당히 논란이 있다. 그 밑에 깔려있는게 어찌 보면 사실은 권력 투쟁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한나라당내 갈등을 놓고 어느 측이든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총선 이후 당권경쟁을 위한 포석의 의미가 강하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부의장 불출마를 둘러싼 친이진영의 분화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점도 선거를 위한 민심잡기와 함께 이 부의장에 대한 책임론을 조기에 부각함으로써 당내 권력투쟁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두가지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이날 대구로 향한 박 전 대표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홍사덕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연대'와 김무성 의원이 이끄는 '무소속 연대'가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을 건 가운데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영남권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