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천 쓰나미' 이후 한나라당 낙천 현역 의원들의 선택이 4월 총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거나 심각하게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는 자유선진당 혹은 미래한국당행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박근혜없는 박근혜 신당' '무소속 연대' 등 집단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무성 엄호성 권철현 박종근 이인기 의원 등 지역 조직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 의원들이 영남권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15대 총선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지역에 몰아쳤던 무소속 돌풍이 다시 연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당시 무소속 후보들은 대구에서 이해봉 의원 등 3석, 경북에서 포항 허화평 의원 등 5석, 경남에서는 당시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방호 의원을 꺾은 사천 황성균 후보 등 3석을 건졌었다.

    한나라당 낙천자들의 출마 움직임에 영남권 공천자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 의원은 "지역에서 무소속 바람의 조짐이 있다"면서 "특히 중량감있는 현역의원이 탈당해 출마할 경우 다른 선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반면 출마 명분이 약화됐다는 이유를 들어 실제 표심으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우회적 지원' 여부도 관심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지지운동은 할 수 없겠지만, 선거사무소를 방문하거나 간접 발언을 통해 자파 출마자들을 지원 사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지난 14일 친박계 탈락 인사들과의 만찬에서 "다들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한 점이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행위'가 원칙론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부산 남을의 김무성 의원은 "마음은 한나라당에 두고 몸은 떠난다.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출마를 선언했으며, 서구의 유기준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면서 무소속 연대 출마를 시사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이인기 의원 역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기 위해 잠시 탈당해야 할 것 같다"며 "무소속 출마해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입당하라는 것이 주민들의 뜻"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와 상황은 다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경선 수행단장을 맡았던 권철현 의원도 무소속 지역 출마를 고심 중이다.

    지난 96년 총선에서 또다른 특징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의 약진이었다. 자민련은 전국구 9석을 포함한 50석을 확보했으며 대구 13개 의석 중 8석을 거머쥐면서 TK지역과 충청권 맹주로 떠올라, 79석으로 부진했던 새정치국민회의에 이어 '제 3당'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안택수 박종근 의원도 당시 자민련 간판으로 당선됐었다.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이나 '박근혜당'을 꿈꾸는 미래한국당의 성패도 관심 대상이다. 여기에는 새 정부의 인사파동과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에 어필, '반 한나라' 정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일부 한나라당 낙천자들은 이미 말을 갈아탈 결심을 굳혔다. 이규택 의원은 참주인연합에서 당명 개정을 거친 미래한국당에 입당,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친박 정당을 통해 출마할 필요성을 주변 인사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 합류에 주력할 방침을 전했다. 또 부산 사하갑 엄호성 의원은 "선진당에서 영입 제의를 받고 있다"며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선진당은 소위 '이삭줍기'를 통한 세 확산을 본격적으로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진당, 한국당의 기대와 달리 과거 민주국민당과 같은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당시에도 한나라당 공천 파동을 겪은 후 김윤환 전 의원을 비롯해 조순 이수성 박찬종 신상우 이규택씨 등 내로라 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모여 민국당을 급조해 총선에 나섰지만, 지역구에서는 현 국무총리인 한승수 의원이 강원 춘천에서 유일하게 승리하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자민련과 같은 바람은 쉽지않다. 오히려 민국당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15대 총선은 김영삼(YS) 정부 말기 TK소외론이 강하게 일면서 '반 YS, 비 한나라' 분위기에서 치러졌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열리는 18대 총선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