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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사실상 15일 오전 중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이날 국회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의 첫 마디는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정말 경악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였다.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언론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새 내각이 사실상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날 언론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14개 부처의 장관 내정자가 보도됐다. 아직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손 대표는 "정치를 하자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이것이 야당을 대하는 신정부의 자세냐"고 따졌고 "이건 분명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내정자를 보도한 신문까지 손에 들고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손 대표는 "물론 자기들이 공식 발표한 일이 없다고 발뺌하겠지만 세상이 다 안다"면서 "근거없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신문이 이렇게 확실하게 정부 부처 이름까지 내놓고 마지막에 여성부 미정, 이렇게 해놓고 야당과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이라고 주장한 손 대표는 "법이 개정되지 않았는데 없는 법을 갖고 없는 정부 부처를 내놓고 각료 임명예정자를 비공식으로 발표한 것인데 이는 사실상 발표"라며 "대통령은 분명 취임선서를 하면서 첫 마디가 국법을 준수한다고 돼 있다. 이는 국법을 어긴 것이며 이런 자세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엊그제 대통령 당선자와 야당 대표 간에 전화를 했다면 발표하면서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결국 그 전화라는 것이 여론몰이 목적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설득하려고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 다음날은 '내가 만난다'고 돼 있었는데 연락도 없이 계속 그 모양"이라며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여론정치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았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국무위원 내정자 보도에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개편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임에도 불구하고 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관이 발표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한 뒤 "이것은 국회를 경시하고 무시하는, 장식품으로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당선자가 (개편안을) 일주일만에 처리해달라는 얘기를 할 때부터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며 "이런 일은 군사정권시절에도 없던 일"이라고 소리쳤다. 또 "권위주의시대로 돌아가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균환 최고위원은 "이 당선자는 이미 도덕적으로 부패한 사람인데 열린우리당 실정으로 당선됐다"면서 "(대통령)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군사독재 정권 때 길들여진 체질과 마인드를 갖고 나라의 틀을 바꿔 나가려 하는데 그런 자세와 체질, 능력을 갖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살려낼 수 없고 이것은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오늘 아침 내각 발표를 보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철학도 없고 고뇌도 없이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도 없다"고 힐난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당 지도부는 오늘 일간지에 내각예정자 명단을 흘려 사실상의 발표를 한 점, 한편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야당을 압박해온 점, 좁혀지고 있던 협상안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든 전체과정의 주 책임이 이 당선자에게 있다는 것을 최종확인하고 이 문제를 강력 항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이 당선자의 최근 행보는 야당 경시를 넘어 야당 말살로 가는 것으로 참으로 우려스런 태도로 규탄한다"며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야당이 무슨 의미가 있고 협상테이블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따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