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을 앞둔 이명박 정부를 바라보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시선이 달라졌다. 손학규 대표 체제 초반 통합신당은 '협조적 야당'에 무게를 실었다. 집권 초반 새 정부에 국민적 기대와 지지가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당선자의 출범에 제동을 거는 것 자체가 4·9 총선에 마이너스가 되리란 판단에서였다.

    지난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받은 통합신당은 처음에는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당시 개편안을 전달하는 인수위 태도부터 문제삼으며 "공식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편안도 "문제가 많다"면서 "얼치기 조직개편안에 분명한 문제제기를 하고 조정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최 대변인의 브리핑 뒤 김효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 최 대변인의 브리핑이 당 입장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당 입장과 달리 최 대변인의 발언수위가 강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전체적으로 평을 한다면 작고 효율적 정부를 지향하는 데 동의한다"고 했고 "부처 기능을 개편하고 슬림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므로 방향은 잘 잡힌 것 같다"며 높이 평가했다. 다만 통일부가 외교부에 통합되는 데만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겠다"며 개편안의 방향에 긍정적인 평을 내렸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도 거의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자체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개편안에 부정적인 시각을 키웠고 원안 통과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대폭 수정된 자체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김 원내대표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에 많은 문제가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과 2주 만에 통폐합안을 제시한 것 자체가 '졸속'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했고 "토론회나 공청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실이 놀랍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처 기능을 슬림화 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던 이전과 달리 이날 연설에서는 "단순히 부처 수를 줄이는 것만이 작은 정부는 아니다. 부처 수 줄이는 데만 급급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또 통일부 존치와 "다른 나라와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만들어진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기관화도 재검토 돼야 한다"고 역설했고 농촌진흥청 폐지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대표 역시 인수위의 개편안 원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학규 지도부의 이런 변화는 당 내부 사정 때문이란 시각이 크다. 출범 전 부터 '정체성' 시비 논란에 휘말렸고 손 대표 취임과 동시에 일부 의원들이 이탈하며 소속 의원의 집단탈당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내부 동요를 막으려고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진보'란 당의 새 노선을 제시했지만 손 대표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실용'과 보다 선명한 '개혁'을 요구하는 내부 주장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