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6일 현행 18부 4처 18청에서 13부 2처 17청으로 축소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최종 발표했다. 방만한 조직을 정비, '도우미 정부'를 구현한 새 정부의 골격이 드러난 것이다. 

    인수위는 '앞날에 미리 대비하고 기회를 선점하는 유능한 정부' '민간과 지방의 활력을 북돋우는 작은 정부'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섬기는 정부' '칸막이 없이 유연하게 창의적으로 일하는 실용 정부'을 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장관급 공무원은 현재 40명에서 29명으로 감소되며, 원·부·처·청·실·위원회를 더한 중앙행정기관은 총 56개에서 42개로 축소해 지난 1969년 이후 최소 규모의 정부로 평가된다.

    인수위는 이번 개편안에서 상층부를 줄이고 부처 중심의 책임행정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 비대한 상층부를 조정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대통령실'로 통합하고, 비서실의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3두 체제를 대통령실장으로 통합해 대통령실 인력을 20% 감축한다. 또 국무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도 '국무총리실'로 통합, 12개 기획단을 폐지하거나 각 부처로 환원한다.

    현 정부에서 국정 전반에 걸쳐 개입해온 대통령 소속 12개 국정과제위원회는 대폭 축소해 핵심 국책과제에 한해 최소한으로 운영한다. 존치기한이 명시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등 과거사 관련 5개 위원회는 기한 도래와 함께 폐지된다.

    부총리제를 폐지, 기능과 조직의 광역화를 통해 현안은 부처 단위에서 책임지고 조정하도록 했다. 경제, 과학기술, 교육 분야별 3명의 부총리는 헌법상 명시적 근거가 없으며 조정 수단도  미약하고 정책을 조율할 영역도 크지 않아 실효성이 미약했다는 것이 인수위의 판단이다. 또 조직 개편으로 '대부제(大部制)'가 되면 필요성은 더욱 감퇴된다는 설명이다.

    본연의 기능인 정부정책 홍보보다 언론 규제에 치우치고 각 부처 홍보 운영에 과도하게 개입해온 국정홍보처는 폐지하고 꼭 필요한 해외홍보 기능은 문화부로 이관했다.

    새롭게 짜여진 13부는 기획재정부 인재과학부 외교통일부 행정안전부 농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여성부 국토해양부 법무부 국방부 문화부 환경부 노동부다.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통일부는 폐지, 외교부와 통합한 외교통일부가 신설된다. 인수위는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은 더 이상 특정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추진할 과제"라며 "다만 대외정책 틀 속에서 조율해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종전 통일부 기능은 남북 대화 등 핵심 역량 위주로 재편된다.

    신설된 지식경제부는 기존 산업자원부의 산업·에너지정책과 정보통신부의 IT산업정책,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 R&D정책을 통합했다. 폐지된 산자부의 산업인력 양성기능 등은 인재과학부로 이관하고 정통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지식경제부로, 전자정부 정보보호 기능은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게 했다.

    농업과 수산업의 전략적 합병 및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는 기존 보건복지부의 식품산업진흥정책을 포함한 농수산식품부로 통합됐다. 해양부의 항만정책, 물류정책과 농림부 소속 산림청은 신설된 국토해양부로 이관했으며, 해양환경정책은 환경부에서 맡는다.

    인재과학부는 인적자원 개발기능을 일원화해 분산됐던 고등교육 지원과 기초과학 진흥을 담당한다. 기존 교육부가 대학입시 등 단기 현안에 매몰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육성에 실패했다는 지적으로 학교 교육 개입과 통제를 최소한으로 축소했다. 또 학생선발, 학사운영, 사립대 임원 취임 승인, 대입전형 기본계획 승인 등 대학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여성부는 폐지, 보건복지부에 통합해 '태아에서 노후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구현을 위한 보건복지여성부로 재편됐다. 보건복지여성부 산하 양성평등위원회와 청소년위원회를 둬 심의의결기구로 존치시켰다. 환경부는 대폭 권한이 강화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환경 정책의 중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 맞춰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제고했다.

    육상은 건설교통부, 항만과 해양은 해양수산부, 산림은 산림청 등으로 관리와 개발 주체가 분산됐던 것을 국토해양부를 신설함으로써 통합관리토록 했다. 국토해양부는 국토해양자원 관리와 경제 인프라 지원기능을 결합해 국토의 가치와 활용도 제고를 담당하게 된다. 또 중앙인사위원회의 인사제도와 운영기능을 행정자치부의 조직관리와 통합, 행정안전부로 재편했다.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 결과 나타날 재정절감 효과는 연내 조정되는 기구 및 인력 조정으로 연간 약 4900억원, 한시조직 및 우정사업 공사화를 포함할 경우 연간 약 2조 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의 힘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정부는 사사건건 민간에 간섭함으로써 자율과 창의를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며 "시대 흐름이나 세계표준과 동떨어진 규제는 없애고, 민간이 더 잘하는 것은 민간으로, 지방이 더 잘하는 것은 지방으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융합 흐름에 걸맞게 각 부처로 흩어진 비슷한 기능들도 한데 묶어야한다"며 부처 통폐합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