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0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자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곧바로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호'는 출범하자마자 위기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중앙위원회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난다. 신당을 떠나자니 만감이 교차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존엄성, 성숙한 민주주의, 그리고 한반도 평화공동체의 가치는 법률이 아닌 정신과 정체성에 있는 것이기에 신당에 더 남아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 탈당의 주요 배경은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 때문이다. 그가 "내가 신당을 떠나는 이유는 결코 손학규 개인이 대표가 됐기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여야 주요 정당의 대표를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 맡게 된 정치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그로 인해 민주화 이후 우리를 일관되게 지지해주셨던 분들이 느낄 혼란과 허탈감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손 전 지사가 '한나라 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음을 나타냈다. 그는 또 "손 대표가 오랫동안 정당 생활을 했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지향이 결코 내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내 정치 인생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그리고 한나라당과의 오랜 맞섬일 수밖에 없고 그 길이 행복한 국민, 좋은 나라를 이루는 길이라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면서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신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어떤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노 그룹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이 전 총리가 탈당함에 따라 친노 성향 의원들의 추가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손학규호'는 출발부터 진통이 불가피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은 "유시민 의원이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고 김형주 이화영 의원 등도 탈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고심 중이며 윤호중 의원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친노 그룹인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씨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측근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한명숙 전 총리도 탈당은 하지 않되, 총선에 불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