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이 당내 공천 시기 논란과 관련, "최고위원회의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분란이 일어난다"며 당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좌장격인 김 최고위원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뿌리를 뒤흔드는 발언은 삼가야 할 발언이고 당을 분열시키는 발언"이라고 강조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인적쇄신론을 비판했다. 전날 박 전 대표가 "10년 동안 야당 생활 하면서 고생한 사람이 있어서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것인데 전직 대표로서 안타깝고 뵐 면목이 없는 일"이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최고위원은 "공천은 분명하게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야 한다"며 지난 17대 총선 공천 과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에는 2001년 12월 29일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했고, 2002년 1월 5일 공천 접수를 시작했다"면서 "비교해보면 지금 시점도 한달이 늦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총리 인준과 새정부 출범과 관계되는 조직 개편을 위해서 공천을 대통령 취임 이후로 미룬다는데 논리에 맞지 않다"며 "국회 의석 비율상 반한나라당이 (과반을 넘는) 175명이므로 좋은 안을 내놓지 않으면 한나라당 의원 만으로 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일  "정부조직법도 바꿔야 하고 각료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 문제와 겹쳐버리면 국회가 안된다"면서 "공천이 안되겠다는 국회의원이 거기(국회)에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한 주장을 적극 반박한 말이다.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주장에 강재섭 대표는 "공천 얘기는 당분간 안하려고 했는데 말을 하니 정리하겠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강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말을 받아 "당직자가 '물갈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면서 "이런 말은 독재하는 사람이 의도를 갖고 몇 %를 청산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 민주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하려고 좋은 사람을 고르다보면 그것이 몇 %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공천은 당헌·당규대로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권한이 없는 분들이 옆에서 자꾸 얘기하는 것은 측근이든, 아니면 어떤 분들이든 간에 적절치 못하다"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는 "공천시기는 일부러 미룰 필요도 없고 또 무리하게 되지도 않는데 정치공세로 무조건 당장 하라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정치 상황을 잘 판단해 아무 사심없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총선 준비를 하는 준비실무기획단을 10일경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7대 공심위에 참여했던 현 이방호 사무총장이 지난번엔 (공천과 선거까지 기간이) 너무 길어 부작용이 많았다고 했는데 그 말도 일리있다"면서도 "선거에서 이기는 첩경은 하루라도 빨리 공천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반대로 늦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며, 한나라당이 아무나 내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유승민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천 시기에 대한 주장을 펴는 등 박 전 대표측의 집단반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최고위원은 "그런 준비는 없다"고 차단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정치권에는 항상 얼굴없는 말이 많다. 특히 물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정치후진적인 것"이라며 "동지들을 물갈이 한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