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새삼 느꼈다. 오늘 탈북 대학생 감사 축제에 참여하여 새로운 감동을 안고 돌아왔다. 탈북하여 기독교 신자가 된 그들을 보니 하나님의 특별하신 선택이 그들에게 임하였다는 느낌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부르는 찬양과 기도 그리고 그들의 생김새가 우리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아직도 잔설처럼 남아 가끔 튀어나오는 북한식 억양과 그들의 노래가 ‘북에서 왔구나’ 하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우리와 같은데도 다른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과제였을 것이다.
     
    1부는 예배가 있었고 2부엔 탈북하여 남한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여성 간사의 경과보고가 있은 후 이 선교사의 사회로 주요 임원과 내빈들의 소개와 축사 등이 있었다. 그리고 3부에서는 ‘통일맞이 축제’란 제목으로 북한 인민군 가수로 활동하다 남한으로 넘어와서 이대에서 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의 ‘통일 아리랑’ 노래, 북에서 교원대학을 졸업한 여성의 바이올린 연주, 남한에 와서 웅변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한국외국어대학생의 웅변 그리고 두 자매의 몸찬양과 개그맨 세 자매의 복음적 개그, 국회의원 격려사 등등의 순서가 있었다.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었지만 저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고생들을 했을까 하는 마음에 안쓰러움과 함께 그들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그들은 일단 북한을 탈출하는 것 자체가 목숨을 담보한 피나는 사투였다. 그리고 여기 와서 적응하는 것도 간단치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들 대부분은 정부의 배려로 대학에 편입하여 학력을 인정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들이 여기 와서 보니 자기들은 북한 사람도 아니고 남한 사람도 아니고 도대체 뭔가 하는 아이덴티티의 혼란이 있었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 등이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폐쇄된 사회에 살다가 개방화된 남한 사회에 와서 느끼는 문화적 충돌 등을 극복하고 이제는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축복을 누리고 있다는 그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기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름대로 얼마나 힘든 일들이 있겠는가. 남한은 무서운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정말 정신 번쩍 차리고 열심히 뛰어야만 자기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자칫 절망의 늪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사회니까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머지않은 통일의 날에 두고 온 북녘 땅에 돌아가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로는 전 MBC 아나운서국장이 리드하는 무대로 모두 일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통일의 노래를 합창했다. 진정 통일이 빨리 와야 할텐데 반세기를 넘어 벌어진 이데올로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으리란 염려가 많다. 그들이 여기 와서 기쁘고 즐겁게 행사를 치렀어도 아마 마음 한 편에는 북에 두고 온 부모형제로 인한 가슴앓이에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모든 순서 마치고 함께 식사하면서 그들과 교제를 나누었다. 오는 길에 오늘 개그로 출연했던 한 자매가 같은 방향이라 우리 차를 타게 되어 오면서 그녀의 간증을 차 안에서 들었다. MBC 개그맨 공채 12기로 들어가서 6년여 기간 동안 활동하다 지금 1년 쯤 쉬면서 신앙적으로 재충전하고 있다는 자매가 어쩜 그렇게도 믿음이 대단한지 감동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신앙 안에서 잘 큰 사람들을 보면 많이 부럽기도 하다. 다시 방송 개그에 들어가기 전 신앙으로 굳게 무장하여 어디서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에게서 결의에 찬 비장함도 볼 수 있었다.
     
    한국은 희망이 있다. 곳곳마다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사회로부터 욕을 먹어도 그건 일부이거나 또는 기독교에 대한 몰이해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성서한국’, ‘성서북한’을 꿈꾸며 비전을 향하여 비상하는 오늘 젊은 탈북 대학생들을 보며 아린 마음과 대견한 마음 그리고 이 민족의 축복을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