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검찰이 김경준씨의 BBK 주가조작 및 회사 돈 횡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가 없고, BBK의 소유자도 김경준씨라고 못 박음에 따라 대선구도는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 측이 공동보조를 취하는 ‘이명박 대 반(反) 이명박’ 전선이 형성되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은 “정치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위해 짜 맞춘 수사”라며,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회창 후보는 ‘반부패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찰 발표 결과에 따라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답했던 40% 안팎의 유권자들의 표심이 일단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명박 대세론’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BBK 멍에를 벗었다고 환호작약만 해서는 안 된다. 대선이 이 지경으로 흐른 데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국민 앞에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때마침 이 후보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으며, 강재섭 대표도 “오늘부터 더 겸손한 자세로 가야 한다. BBK 의혹이 밝혀졌다고 우쭐해서는 안 된다”며 “후보를 비롯해 전 당원들이 낮은 자세로,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마지막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대선은 이제부터다. 좌파정권 10년을 종식하고 보수정권으로 세력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남아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이명박 대세론’ 속에 범여권 단일 후보, 이회창 후보 간의 3파전 구도로 전개되면서 BBK 여진과 후폭풍, 각종 정책과 의혹을 놓고 세 차례의 TV 토론을 통해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5선 강재섭 대표의 경륜과 정치력에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모든 방략(方略)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 경호실에 후보 경호를 맡기는 것을 포함해서 가일층 후보 경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가 3일 의정부 유세에서, 이회창 후보는 지난달 13일 대구에서 계란 테러를 당했으며,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신촌에서 커터칼에 얼굴을 11㎝ 찢겨 60여 바늘을 꿰매야 하는 테러를 당했다.

    범인들이 계란을 투척하고 커터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건 총을 쏴서 위해(危害)를 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개인이 합법적으로 갖고 있는 총기만 28만여 정에 달한다. 고정간첩이 얼마인지 파악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1등 야당 후보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남은 대선 기간을 이 후보의 장점을 알리는 데 쏟고 정책선거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BBK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반격에 대해서 국민들은 ‘강자의 오만’으로 생각할 것이다. 반이명박 진영의 대규모 촛불집회나 규탄대회는 수사결과를 되돌릴 수 없으며, 국회에서 특검법을 만든다고 해도 대선 이후에나 시행될 것이다.

    셋째, 이 후보의 무혐의를 밝힌 검찰 발표에 대한 역풍을 조심해서 한나라당은 전면전(total war)이 아니라 국지전(limited war)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회창 후보와 경쟁은 하되, 범보수 세력이 1,2위를 유지하며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보수세력 집권에 대한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함이다.

    넷째, 후보의 말실수, 도덕성 등 예상되는 모든 악재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 후보에게는 여전히 선거법 위반, 범인 도피, 위장 전입, 위장 취업의 도덕성 검증이 변수가 되는 이른바 ‘이명박 자신과의 싸움’을 조심해야 한다.

    다섯째, 세 차례 예정된 TV 토론회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검찰·이 후보’를 묶는 등 이른바 ‘반 이명박 선거구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의 협공이 뻔 한 상황에 치명상을 입지 않고 극복해 나갈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17대 대선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거꾸로 간 5년’을 되풀이할 순 없다. 강재섭 대표가 억지와 트집 잡기에 목숨을 건 세력들과 겨루어서 과연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