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제 대통합민주신당 전국선대위원장회의에서는 국민이 귀를 의심해야 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이 자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성토했다. 김근태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가슴에 덜컹덜컹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뤄낸 우리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학규 위원장은 “정말 이상한 나라가 됐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이 벌써 1년이 아니라 2년, 3년째 앞서는 후보가 됐다”고 했다. 정동영 후보는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주가조작을 한 대통령이 주가조작을 엄단하라고 하면 그게 먹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들로서는 위장전입·위장취업에 BBK 논란이 있는 후보의 지지율이 꿈적하지 않는 게 갑갑하고 분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눈을 감고 1분만 생각하면 삼척동자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많은 유권자가 이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5년간 국가경영을 한바탕의 소동과 소극(笑劇)으로 만들어 놓고, 선거 직전까지 분당·신당·단일화 코미디를 벌인 세력에게 마음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이 부실투성이지만 오랜 기간 지지율이 50%대인 반면 신당은 10%대인 것도 같은 이유다.

    김근태 위원장은 바로 그 아마추어 국정운영 세력의 당대표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고문을 당한 그를 어루만져 국회의원과 대통령 경선 후보로 만들어 준 이가 국민이다. 그런 국민을 가리켜 ‘노망’이라니…. 손학규 위원장도 자신이 주장하는 그 ‘이상한 나라’에서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자신을 키워 준 당을 배신해 놓고 정치도박에 실패하자 민심을 탓하니 이상한 건 나라가 아니라 그의 인격이다.

    제1당 지도부라고 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가리켜야 할 손가락을 국민과 세상으로 돌리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노망 든 국민’은 지금 그저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