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악재로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관련, 이회창씨는 자신의 상승세에 힘입어 이 후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들뜬 분위기다.  

    이씨는 23일 서울 송파구 재향군인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향군회원들께서 나만 지지해주시면 지지율은 금방 올라갈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BBK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경준씨 어머니의 귀국과 그동안 '조작'이라고 주장해 왔던 이 후보의 BBK명함을 받았다는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의 주장이 나옴에 따라 이를 호재로 삼는 모습이다.  

    이날 이씨는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나오기 전에도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이 상당히 높아 가망도 없는 상황이었다. BBK문제가 이렇게 커질 때도 아니었다"고 말한 뒤 "근데 내가 왜 나왔겠느냐. 내가 미쳤느냐"며 "여러분들이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었으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22일 발표된 '조인스 풍향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8.5%포인트 하락해 35.9%에 그친 반면, 자신은 5.1%포인트 상승한 19.7%로 나타나자 추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는 한 달 전에 비해 16%포인트, 3일~4일 전에 비해 8%포인트 정도 떨어진 것으로 이 중 5%포인트가 우리에게 온 것으로 보인다"며 "김경준씨 어머니의 귀국으로 이명박 지지율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 많은 이들이 부동층으로 가는 만큼 이들이 우리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날 참모회의를 주재하던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끝까지 갈 것이고, 선거는 개표까지 가봐야 하는 만큼 분위기에 따라 일희일비 하지 말고, 아이디어 차원에서라도 엉뚱한 생각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캠프차원에서는 오히려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은 오전 회의 브리핑에서 "이장춘 대사가 이명박 후보에게서 받은 BBK 명함을 공개한 파장이 인터넷상으로 급속하게 번지고 포털사이트에 6000개의 비난 댓글이 붙었다고 한다"며 "이와 더불어 이명박 후보가 단 두 번만 강의를 하고 한양대에서 3600만원을 받은 일이 알려지면서 지금 국민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 후보가 한양대에서 강의 두 번 하고 3600만원 받은 문제도 있고 해서 이 후보가 재산 사회환원을 마지막 카드로 쓸 수도 있겠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비꼬면서 "이처럼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한나라당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논평에서도 이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부도덕 시리즈는 도대체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위장전입, 자녀 위장취업, 건강보험료 축소납부, 이명박 후보 소유건물 성매매 의혹 단란주점 입주에 이어 이번엔 단 두 차례로 강의로 3600만원의 강의료를 받았다고 한다"고 몰아붙였다.

    조용남 캠프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한나라당 측이 22일 BBK 논쟁과 관련 생방송 예정이던 'MBC 100분 토론'에 불참한 것에 "떳떳하다면 스스로 나서서 BBK관련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며 "그렇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이 후보는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할 일이지 구차한 이유를 들어 TV토론 불참을 선언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장일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회창씨는 '내 명예를 위해 출마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보람이 없고 국민을 대할 면목이 없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면서 "국민이 준 두 번의 정권교체기회를 잃고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맞받아 쳤다. 장 부대변인은 "준엄한 역사의 눈으로 보면 이씨의 입은 없다"면서 "입이 있어도 말을 해서는 안 될 무거운 역사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이씨가 대선후보의 도덕성과 경륜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이씨 아들들이 그동안 군대라도 갔다 왔는지, 지난 두 번의 대선 허물을 언제 벗어 던졌느냐. 욕심은 경륜이 아니라 노욕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호된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시집살이를 더 시킨다'는 말이 있다"면서 "김대업 향수로 BBK 포로가 된 이씨는 국민을 더 실망시키지 말고 사퇴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