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가 친정에 가서 혼쭐이 났다. MBC 방송기자출신인 정 후보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했다. 전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이어 두 번째 인데 이 후보와 달리 정 후보는 방송클럽회원이기도 해 사실상 친정집이나 다름없다.

    유자효 방송기자클럽 회장도 토론 시작 전 정 후보를 소개하면서 "정 후보는 방송클럽회원이기도 하다. 선후배 방송인들이 함께 하니까 내부행사 같은 느낌이 든다. 클럽으로서는 가족과 같은 분이다. 정 후보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이에 정 후보 역시 "회원으로서 명예에 부끄럽지 않게 성실하게 답하겠다"고 화답하는 등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만끽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정 후보는 진땀을 빼야했다. 양측의 첫 긴장을 유발한 것은 BBK 사건관련한 정 후보의 발언이었다. 정 후보는 BBK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에 "검찰을 협박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이 서초동 법원 앞에 캠프를 치고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는데 그 뒤 정 후보는 패널로 부터 역공을 받았다.

    전날 통합신당이 BBK 사건 및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의혹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불공정하다며 MBC를 항의방문 한 점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는 정 후보의 주장이 끝나자 한 패널은 정 후보에게 "촉구하나 하겠다"고 말한 뒤 "김경준 사건관련 (통합신당에서) KBS MBC를 항의 방문했는데 한나라당이 검찰 압박하는 것이나 통합신당이 언론사 압박하는 것이나 같은 것 아니냐"면서 "정 후보께서 조치해 달라"고 따졌다.

    그러자 정 후보는 "한나라당이 열 번을 찾아갔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은 겨우 한 번 찾아갔을 것"이라며 맞섰다.

    결렬된 민주당과의 합당문제에 대해서도 정 후보는 "협상 막바지에 가면 밀고 당기기와 진통이 있지만 저는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패널들은 이번 합당결렬이 양당의 지분싸움 탓이란 점을 지적하며 "통합신당이 굳이 7 : 3 지분을 고집할 이유가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정 후보는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갑갑하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정 후보는 또 BBK 사건과 관련, 이명박 후보에게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진실을 고백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한 패널은 정 후보에게 "야당 후보에게서 빠져나간 지지층이 정 후보에게 가지 않는 것은 김대업 사건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 생각한다"면서 "여권이 2002년 대선 뒤 김대업 사건에 대해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에도 '결국 그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뒤 "(정 후보가 주장한) 국민 앞에 떳떳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 여권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따졌고 정 후보는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고 고백하는 것이 그쪽(이명박 후보)에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