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직과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한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9일 중국 상해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8일 박근혜 전 대표측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던 끝에 "당 화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모든 직을 내놓은 뒤 이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출국길에는 보좌진 외 특별한 인사가 배웅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분간 상해에서 향후 거취문제와 함께, 대선을 향한 정국구상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국에 앞서 별다른 메시지를 남기지 않은 채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최고위원측 관계자는 "당직도 내놓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의 귀국 시점은 내주 중으로만 예측될 뿐, 정해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앞서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가을 山行(Ⅱ)'라는 자작시를 올리고 최근 상황에 대한 심경을 피력했다. 이 시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친구야, 山에 오를 땐 손수건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네 / 정상은 아직 남았네 짐이 되는 것은 산 아래 고이 놓아두고 가세나"라고 읊었다. 이명박 대선후보를 '친구', 자신을 '짐', 대선승리를 '정상'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아름답던 단풍이 떨어지네./옷깃을 다시 여미게나 신발 끈을 다시 메게나! 뒤돌아보지 말게나 뒤는 낭떠러지 일세"라며 이 후보에 대한 당부도 전했다. 그는 "친구야, 어서 정상에 다녀오게나/가을 山行 끝나면 겨울 山行 준비하겠네"라며 향후 행보를 암시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8일 쓴 시.

    가을 山行(Ⅱ)

    친구야,
    하늘을 보게나
    시름이 없어 질 걸세.

    친구야,
    山을 보게나
    단풍이
    발아래 까지 왔네.

    친구야,
    山에 오를 땐
    손수건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네.

    정상은
    아직 남았네
    짐이 되는 것은
    산 아래
    고이
    놓아두고 가세나.

    내려올 때
    길이 헷갈려
    짐을
    잊어버릴 수도 있네.

    친구야,
    아까워하지
    말게나.

    정상에
    오르면
    새로운 것이 많네.

    산 아래까지
    올 때 보다
    산꼭대기까지가
    더 어렵거든

    친구야,
    무거운 짐은 벗어던지세
    해지기
    전에
    정상에 올라야 하네.

    친구야,
    우리
    다시 등산길에
    만나지 않아도 좋으이.

    오랫동안
    함께
    山行을 했던
    친구가
    있었다는 걸
    추억으로 간직 하세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네.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아름답던
    단풍이
    떨어지네.

    옷깃을
    다시 여미게나
    신발 끈을
    다시 메게나!
    뒤돌아보지 말게나
    뒤는 낭떠러지 일세.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는 흔들리지 않네.

    산은
    항상 그대로 있네.

    바위마음으로
    함박웃음 날리며
    산 아래서
    기다림세.

    친구야,
    어서
    정상에 다녀오게나

    가을 山行
    끝나면
    겨울 山行
    준비하겠네.

    곱디고운 단풍위에
    흰눈이 덮힐 걸세
    흰눈위에 찍힌
    발자국을
    돌아보며
    겨울 山行을 가세
    추억과 낭만이 넘쳐 날 걸세.

    가을 山에서
    겨울 山을 바라보네.
    안녕.

    2007. 11. 8        

    북한산에서 이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