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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통령 후보에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경선 당시 '정동영 저격수'로 불리며 맹공을 쏟았고 경선 이후에도 정 후보의 화합 제스처에 좀처럼 대응하지 않던 유 의원은 청와대의 정 후보 지지 이후 이런 입장에 변화를 주고 있다.
3일 자신의 팬클럽 '시민광장' 총회에 참석해 '2002~2007 우리 정치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씨나 이회창씨 보다 열배, 백배, 천배 낫다"면서 "12월 19일까지 정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지만 선대위 회의에 불참하면서 정 후보와 거리를 둬 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후보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정동영 신당 후보의 정책도 현실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통합신당이라도 여당으로 제대로 남아 정책을 가다듬고 준비하면 모르겠는데 여당마저 깨졌으니 어디 희망을 걸 데가 없어 국민이 불쌍하다. 정 후보 측에서 나를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는데 이는 경북 지역을 맡아달라는 뜻이지만 내가 고향만 경북(경주)이지, 실제로는 별 기반이 없어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랬던 유 의원은 청와대가 정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정 후보에 비판적이었던 자세에 변화를 주고 있다. 3일 정 후보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 5일에는 처음으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정 후보와의 관계복원을 위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당 통합작업에 주력했던 정 후보는 유 의원의 이런 입장변화에 반색했다. 특히 유 의원의 지원을 은근히 언론에 부각시키고 싶은 듯 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는 이날 회의에서 "어제 고문단 만찬을 했는데 40대 최연소 고문인 유시민 고문이 역할을 적극 하기로 했다"면서 유 의원에게 "고문단 연락간사역을 잘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청와대가 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꼬리를 내린 터라 아직 정 후보에 대한 앙금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듯 했다. 유 의원은 정 후보의 당부에 작은 소리로 "예"하고 답했다. 취재진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유 의원의 목소리는 작았다. 이에 정 후보는 유 의원에게 "큰 소리로 좀…"이라며 재답변을 요구했고 유 의원은 마지못한 듯 "예, 잘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때 회의장 주변에서는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