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3일 사설 '순국장병 모독하는 대통령의 NLL 궤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관해 “그 선이 합의된 선이라면 (국군 장병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또 궤변을 늘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는 기존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측과) 변경 합의를 해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고까지 말했다. 헌법과 영토 수호 책무를 가진 대통령의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이번 발언은 북의 상투적 주장을 훨씬 능가한다. 북의 NLL 변경 요구를 진작 들어줬더라면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이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 장병들이 희생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NLL이 일방적으로 그어져서 문제라면, 합의에 의해 그어진 휴전선(군사분계선)에서의 도끼만행 사건 같은 북의 도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노 대통령은 심지어 NLL 수호 노력을 ‘어릴 적 땅 따먹기 놀이’에 비유하면서 “대강 그려도 당장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건 아니지만…” 운운했다. 참으로 듣기 민망한 소리다. 그렇다면 우리 장병들은 겨우 ‘땅 따먹기’ 놀이 수준에 불과한 NLL을 지키기 위해 피를 흘렸단 말인가. ‘NLL 따먹기’ 끝에 바다를 잃어도 좋다는 말인가.

    휴전협정 당시 NLL에 대해 억울했던 쪽은 오히려 남한이었다. 유엔군사령관이 국군의 북진을 막기 위해 NLL을 그어 6·25전쟁 이전 상태로 거의 돌려놓는 바람에 해군력이 괴멸상태였던 북이 오히려 큰 덕을 봤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은 “북이 1973년까지 20년 동안 NLL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우리가 지금껏 NLL 이남 해상을 실효적으로 지배해 왔다는 점은 국제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김희상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은 NLL 변경에 성공하면 새로운 문제, 더 큰 문제를 제기하는 ‘피스밀(piece-meal)’ 전략을 쓸 것”이라며 “국가생존의 기본인 영토는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깊이 새겨야 할 안보 전문가들의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