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 들어서는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지도부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대선판세를 뒤흔들 마지막 기회인 11월 첫 날 부터 '이회창 출마설' '김경준 귀국'이란 굵직한 변수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6층 회의장에 입장하는 의원들 입에서는 "(대선) 진용이 흔들리는 것 같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참석자 다수가 '드디어 전환점을 찾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가장 반겼던 소식은 '이회창 출마설'이다. 그의 출마가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고 이런 분열은 정동영 후보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마지막 찾아온 기회를 "용의주도하게 활용할 준비를 하자"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회의 분위기는 이렇듯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통합신당의 표정은 180도 변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이 전 총재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통합신당 측은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1일 밤 방송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 뒤 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본부장단 긴급회의를 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두 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이 전 총재 출마에 따른 대책회의인데 회의 분위기는 그의 출마를 반색하던 전날과 달리 크게 가라앉았다고 한다. 

    정 후보의 핵심 측근 의원들은 일부 의원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대책회의를 계속 했다. 당초 오전 11시 브리핑을 하려던 최재천 대변인은 20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회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일절 함구했다. "나중에…" "부대변인한데…"라는 말만 했는데 본부장단 회의에서 이 전 총재 관련 내용이 언급됐음에도 이와 관련한 당 분위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평가가 있었다. 근본 이유는 이명박 후보의 비리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고 이번 대선구도도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끝났다"고만 전했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초긴장 상태다.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강구하자는 분위기가 크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는데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인해 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당직자들도 "지금 내가 언급하는 것은 좀…"이라며 답변을 꺼렸고 정 후보 측 의원들 역시 취재진의 전화도 가급적 피하자는 분위기다.

    일단 통합신당은 이 전 총재 출마를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 부재 탓으로 돌리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후보의 오만한 권력욕과 분열주의의 결과"라고 평했다. 이 전 총재 출마를 "이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동시에 한나라당을 다시 '차떼기 당'으로 몰아 부정적 여론 확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 전 총재가 '차떼기'를 놓고 책임공방을 하고 있다는 점을 노린 전략인데 한나라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정부패'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이 후보와 이 전 총재 모두를 공략할 최적의 소재라는 판단에서다. 최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역시 차떼기 당이다. 잠시 잊고 살았는데 이 전 총재의 출마 흐름을 놓고 벌이는 한나라당의 막말 속에서 차떼기 당이란 한나라당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