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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9일 사설 '부시 대통령 왜 이명박 후보를 만날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다음달 15~16일께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다. 미국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한국의 야당 후보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위야 어찌 됐건 유력한 차기 주자가 최대의 동맹국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국민은 이 나라의 안보를 지탱해온 한·미 동맹관계가 소원해진 데 대해 매우 걱정해 왔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관례를 깨면서까지 이 후보를 만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왜 미국은 이런 일을 했을까를 곰곰 되씹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전례에도 없는 일을 하려 하겠는가. 튼튼한 동맹관계를 사대 굴종으로 몰고, “할 말은 한다”고 오기를 부려 얻은 것이 무엇인가. 외교적 무례를 범하면서까지 억지로 북한에 유리한 발언을 끌어내 무엇을 하려 한 것인가. 한·미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 신뢰를 회복했다고 떠들어댔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던 셈이다.
면담 시기를 보면 남북 정상회담 뒤를 이어서다. 혹시 노무현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선전하는 데 한창 열을 올릴 시점일 수 있다. 임기가 넉 달여밖에 남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이 무리한 일을 저지를 경우를 가정해 볼 수도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제쳐놓고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과속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미는 없을까.
이 면담이 연말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반미 선전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의 미국관과는 전혀 다른 미국관을 가진 국민이 오히려 더 많다. 미국과의 동맹을 중요시하는 국민은 오히려 안도할 것이다. 이 후보는 선거용 사진 찍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한국 국민의 다수의 생각은 이 정부가 쏟아낸 언행들과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라. 엉망이 된 한·미 동맹관계와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활용해줄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