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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을 느꼈다. 오늘 의원총회 결의를 통해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과 BBK 주가조작에 대한 특검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김효석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공언했다. 그리고는 143명의 소속 의원 전원을 불렀다. 오후 1시까지 모여 달라고 사전에 통보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있을 국회 본회의 전에 의원들을 불러 이 후보 특검추진 당론을 확정짓겠다는 의도에서다.
김 원내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이 후보에 대한 특검도입을 예고했다. 매일 오전 열리는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이 후보 비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해 특검을 도입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 후보 의혹 관련 특검을 요구하는 통합신당의 명분은 검찰수사와 언론의 검증작업이 미진해 어쩔 수 없다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법무부장관까지 불러 당정협의를 해봤지만 "검찰수사의 한계를 확인했다"고 했고 "언론에서도 이 후보의 검증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면서 특검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각 상임위를 통해 이 후보 관련 의혹을 따지려 하면 "한나라당이 정회소동을 벌인다"며 하소연도 했다. 특검 말고는 도저히 이 후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검을 도입하기로 했고 앞으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서라도 이 후보 검증작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당 경선이 '흥행'에 실패하고, 경선룰의 허점으로 인해 유령 선거인단이 등장하고 현직 대통령과 장관의 이름까지 도용돼 대리접수가 자행되는 경선, '국민경선'이란 타이틀을 걸었지만 조직·동원 선거로 후보가 경선 도중 잠적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반전을 꾀할 방법은 '이명박 검증' 카드 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을 법 하다.
그러나 '조직·동원경선'의 후폭풍을 감당하기도 벅찬 통합신당이 '이명박 검증'이란 큰 짐을 떠안기엔 버거운 듯하다. 이날 당 지도부가 소집한 의원총회에는 143명 중 52명의 의원만이 참석했다. 의원총회 예정시각 안에 도착한 의원들은 손으로 꼽아야 했고 1시 27분까지 회의장에 모인 의원 수는 41명에 불과했다. 이후 정봉주 의원이 28분에 도착했고 김영춘 의원 29분, 우원식 의원 31분, 장경수 의원 34분, 유인태·김재홍·이계안 의원은 39분이 돼서야 회의장에 도착했다. 최고위원인 이미경 의원과 원내부대표 선병렬 의원은 40분에 회의장 입구에 모습을 나타냈다. 회의가 끝난 시간은 46분이었다.
당초 계획했던 이 후보 특검법안 제출을 위한 당론 확정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차질이 생겼다. 사회를 본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런 상황이 멋쩍은 듯 "이명박 후보 특검법안을 당론으로 제출하려고 하는데 (당론확정을 위해서는) 현재 참석한 의원들이 약간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임 수석이 선택한 방법은 "의원들 각 방으로 (특검법안 제출에 대한 동의여부를) 확인해서 당론으로 특검법안을 제출하고자 한다. 다른 의견이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이때 52명 의원 중 3~4명이 "없습니다"하고 답했고 임 수석이 "그러면 박수로 채택해 달라"고 하자 몇몇 의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의원총회를 마무리지었다.
회의가 끝난 뒤 '의원들 참석이 너무 저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 고위관계자는 "바빠서 그렇지 뭐"라고 답했다. 이렇게 회의를 끝낸 의원들 중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캠프 소속 의원 8명은 곧바로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가 당 지도부에 '조직·동원선거'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했다.
통합신당에게 필요한 것은 '이명박 검증'이 아니라 '국민경선'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시작한 자당 경선의 허점 보완이 아닐까 싶다. 한나라당에서는 "신당이 이명박을 검증할 능력이 되는지부터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