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위) 2기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정헌(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 씨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은 바 있고 2년 전부터 문화예술위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의 경력이나 활동에서 문화예술위 위원장이 되기에 특별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1세대 민중미술화가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 전국민족미술연합(민미협) 공동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좌파 예술가라는 점에서 정부의 예술 지원이 좌파 쪽으로 더 기울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문화예술위는 국민 세금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기구다. 마땅히 순수와 현실참여의 두 산맥은 물론이고 다양한 갈래의 단체와 활동을 모두 껴안고 가야 한다. 문화예술위 노동조합에서도 ‘(김 위원장이) 한쪽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상대적으로 ‘다른 쪽’이 차별받고 소외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 이념에 뿌리를 둔 문화예술 활동을 대표하는 사람이 위원장을 맡아 지원금이 한쪽으로만 흐르게 되면 문화예술의 왜곡 현상을 부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예술계에서는 현 정부에서 출범한 문화예술위가 지원금(1100억 원)의 상당액을 민예총 쪽으로 주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크다. 기존의 문예진흥원을 없애고 민간 자율의 문화예술위를 만들어 관(官)으로부터 예술지원 업무를 독립시키겠다고 했지만 좌파 성향의 예술 활동에 지원금이 집중돼 문예진흥원 시절만도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문화예술까지 정치에 오염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 정부 들어 역사나 문화를 비롯해 우리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들이 현저히 균형을 잃고 좌파에 점거당하다시피 했다. 이런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 변질되고 문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이념을 떠나 염치라는 측면에서 이번 인사를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씨는 7월 문화예술위 1기 위원으로 위원회 파행 운영의 당사자여서 노조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고, 김병익 위원장이 중도 하차하는 사태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1기 위원장을 내보낸 1기 위원이 2기 위원장직에 앉은 것은 문화예술판의 ‘정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