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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표류해 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09년부터 로스쿨 시대가 열리게 됐다. 각계의 오랜 논의 끝에 교육부가 로스쿨의 학교당 정원을 150명 이하로 정하는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2005년 10월 로스쿨법을 제출한 이후 신규 교수 채용 등에 2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부은 40개 대학들은 이제 사활을 건 로스쿨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모든 초점은 다음달 발표되는 로스쿨 총정원에 쏠려 있다. 법학교수와 시민단체 등은 연간 입학정원이 3000명은 돼야 로스쿨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에서는 1200명을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나온 절충안은 1500명, 2000명 등으로 다양하다. 일본 정부는 로스쿨 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바람직한 합격률을 70∼80%라고 보고 있다. 현 우리나라 사법시험 합격자가 년 1000명임을 감안하여 관계기관의 합리적인 조정을 기대한다.
로스쿨 법안이 통과된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 로스쿨 열풍이 불고 있다.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의 인터넷 모임이 활발해 지고 있으며, 이들 중엔 의사나 변리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도 많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입학시험(LEET)의 전혀 다른 성격은 많은 직장인들을 로스쿨 대열로 유인하고 있다. LEET는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적성과 소양을 갖추고 있는 지를 테스트하는 성격이 강하다. 논리력, 문장해독력, 추리력 등이 시험의 중심이다. 자신의 일과 병행해 LEET 준비를 해볼 만한 것이다.
고시학원가에서는 최근 사시 1차를 공부하는 강의의 수강생들이 20∼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고시준비생들이 일찌감치 로스쿨 준비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 4년째인 일본이 로스쿨의 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로스쿨은 모두 74개에 이른다. 이 중 지난해 수료생을 배출한 58곳 가운데 34곳이 10명 미만의 합격자(입학 정원은 30∼300명)를 냈으며, 교토(京都)산업대 등 4개 로스쿨은 심지어 단 1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했고 7개 로스쿨은 고작 1명을 합격시키는 데 그쳤다. 아직 수료생을 배출하지 않은 로스쿨도 16곳이나 되기 때문에 전체 합격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종전 법률교육 체계나 법조인 양성 과정과 비슷한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도 자칫하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지만 로스쿨 도입에 따른 순기능은 많은 부문에서 매력적이다.
첫째, 기존의 법조인들이 대부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었으나 로스쿨이 도입되면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법조계로 진입하기가 쉬워져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의 탄생이 가능해진다.
둘째, 법조인 양산체제로 전환되면서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변호사가 늘어남에 따라 수임료가 점차 낮아지고 국민의 법률비용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셋째, 사법고시에 인생역전의 기대를 걸고 고시원과 고시학원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수만 명의 고급인재들을 생산적인 분야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순기능만큼 역기능도 따른다. 사법연수원이 폐지될 수밖에 없고, 각 로스쿨의 교육 수준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법조인의 질(質)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로스쿨 서열화에 따른 일부 로스쿨의 공동화 문제 등도 향후 예상되는 난제이다.
2013년에 사라지는 사법시험과 내년에 마지막 법과대학을 진학하는 수험생들이 소프트 랜딩할 수 있는 세심한 대책 등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의 원모심려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로스쿨 제도의 초점은 국민에 대한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 여부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학계와 변호사협회 등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서는 안된다. 나눠 먹기식 타협으로 부실 법조인을 양산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