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의 소위 ‘저인망식 싹쓸이 세규합 작업’(?)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설훈 전 의원의 캠프 합류 논란에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김영삼(YS) 전 대통령 민주계 핵심인사인 서석재 전 총무처 장관의 지지 여부를 놓고서도 해프닝이 벌어진 것. 정치권 안팎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계와 YS계 전현직 의원들을 겨냥한 손 전 지사 측의 무분별한 ‘세 불리기 경쟁’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안착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설 전 의원의 캠프 합류의 경우, 정치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도 설 전 의원이 DJ의 ‘가신(家臣)그룹’인 동교동계 출신이라는 점이 묵시적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설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의 20만달러 수수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인물인데 손 전 지사 캠프 측은 “설 전 의원은 대선이라든가 경선 부분에서 풍부한 실전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두둔했다.

    또 서 전 장관의 경우에는 뒤늦게 “손 전 지사를 공개지지한 적이 없다”고 밝혀졌으나 이를 놓고서도 손 전 지사 캠프 배종호 대변인은 “손 전 지사가 단순히 범여권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 후보라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내용이 전해진 이후, 배 대변인은 “최후에 어느 쪽에 줄을 서는지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아울러 손 전 지사 캠프는 범여권 전현직 의원들의 지지선언 상황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은근히 세과시에 나선 모습도 엿보이고 있다. 배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현직 의원들의 손 전 지사 지지선언과 합류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상당수 의원들이 앞으로 계속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386 핵심 의원과 수도권·충청권 중진 의원, 개혁적 성향 의원들이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범여권 내 타 주자진영에선 전형적인 ‘줄 세우기 정치’라며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손 전 지사 측의 김부겸 의원은 이와 관련, 최근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해 ‘손 전 지사 캠프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쪽 의원을 빼갔다, 각 지역 조직책임자도 회유하고 있다 해서 세 불리기에 도를 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정 전 의장은 당의장을 두 번 지냈다. 그리고 당 내에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최대 계파를 이끈 수장인데 그에게 속한 조직을 누가 감히 손을 댈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손 전 지사는 아직까지 이 당에서 어느 의원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어찌 보면 초보라고 할 수 있는데 누구를 빼 가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범여권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이 종전까지는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끌어 왔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면서 “손 전 지사가 고추를 따면서도(민심대장정을 의미) 뒤로는 할 것을 다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정치를 몇 년 해왔는데 이런 것 조차 모르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