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형 중도통합민주당 의원이 26일 올 연말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장 조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이 범여권에 몰고 올 파장의 강도 수준에 범여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전방위적으로 대통합 ‘압박’을 받고 있는 박상천 대표에게 일정 정도 운신의 폭을 넓혀 줬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조 의원의 대선출마선언 ‘약발’(?)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또 대통합이란 대세의 흐름을 뒤바꿔 놓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조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이 대통합 신당 참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박 대표에게 ‘힘이 됐다’는데 대해선 이견이 없다.

    조 의원은 이날 대선출마선언식을 통해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불가론을 재차 확인하면서 “무조건식 대통합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의원은 “명분과 원칙이 없는 ‘대통합’으로부터 통합민주당을 굳건히 지키고 중도통합노선을 공고히 해 중도개혁대통합을 이루고자 한다”며 최근 범여권의 제3지대 대통합 신당을 ‘무조건식 대통합’으로 규정하면서 통합민주당 독자 경선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박 대표의 정국 구상에 대한 선택 가능한 카드가 공식적으로 한 장 더 늘어난 것인데, 향후 조 의원의 카드를 활용한 대통합 신당과의 지분 협상 등에서 전략적인 판단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CBS 여론조사에서 조 의원이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에 이어 범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된 것도 중도통합민주당 내 이른바 ‘사수파’들을 고무시켰다. (손 전 지사 35.3%, 조 의원 10.2% 기록, 리얼미터가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25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77%P)

    박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좋은 소식을 드리겠다”면서 “다른 후보들을 다 제치고 조 의원이 2위를 차지했다. 우리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상황”이라며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을 내보였다. 박 대표는 “우리 후보들은 언론의 집중 조명도 받지 못했다. 이제 환경이 우리에게 좋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후보의 좋은 점도 부각시켜 대선에서 반드시 한 분이 대통령이 되도록 적극 도와달라”고 말했다.

    일단 독자적인 ‘유력’(?) 대선후보를 갖추게 된 만큼 범여권 신당과의 통합 협상 내지는 대통합 정국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박 대표는 최근 김경재 전 의원이 죽기살기로 ‘민주당을 지키자’고 강력히 주장했는데 “그럴러면 조 의원 정도를 후보라도 시키고 나한테 그런 말을 하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만큼 조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은 박 대표의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 의원의 대선출마선언의 ‘약발’ 지속력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범여권 내의 고만고만한 지지율은 큰 의미를 갖기도 힘들뿐더러, 그 같은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지 여부도 확실한 게 아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또 이미 대통합이란 대세가 전체적인 흐름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선이다. 결국, 박 대표가 통합 협상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큰 흐름의 대세를 거스리기에는 무리수라는 설명이다. 범여권 관계자는 “조 의원의 대선출마 카드는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이미 조 의원의 대선출마 여부는 범여권의 관심 밖”이라고 말했다. 지지텃밭인 호남에서의 대통합 요구를 일순간은 잠재울 수 있는, 일종의 ‘시간끌기’ 이상은 아니라는 시선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조 의원이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현실정치 개입 운운하며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던 만큼, 중도통합민주당이 독자세력화를 통해 향후 대선에서의 대통합 신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일정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이날 논평을 통해 조 의원의 대선출마에 대해 “명분있는 대선출마”라고 추켜세우며 “미스터 쓴소리, 깨끗한 이미지로 알려진 조 의원의 대선출마는 여권의 우후죽순, 오합지졸 후보들과 달리 처음으로 자격을 갖춘 후보의 등장이라 평할 수 있다"고 극찬한 것도 이와 맥이 맞닿아 있지 않느냐는 해석이다.

    아울러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나라당 내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 대선후보간의 경선 과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조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