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열린 한나라당 박근혜, 이명박 두 경선후보검증청문회는 정당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검증청문회가 열리기까지 당이 분열될 수도 있는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당 지도부가 인내심을 갖고 지도력을 잘 발휘한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당 지도부는 경선후보들을 범여권의 파상공세로부터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오히려 경선후보들을 검증의 무대로 올려서 TV로 생중계되는 국민 앞에 발가벗기는 모험을 선택했다.

    당이 중심이 되어 자진해서 후보들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인미답의 위험한 정치도박을 결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한국의 선거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일이라 하겠다.

    전직 검사, 변호사, 교수, 회계사, 세무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검증위원들이 많은 제약 속에서도 두 경선 후보들의 여러 가지 의혹들을 규명하려고 노력한 점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청문회 하루 전날인 18일 한 달 반 동안 당내 검증을 맡아 온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검증청문회가 필요한지조차 의문이다”라고 밝혔지만, 아쉬운 점은 후보들의 자세다.

    이 후보의 경우 차명재산 의혹이 제기된 ‘도곡동 땅’에 대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매입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충북 옥천의 임야 50여만 평을 사들인 과정과 처남인 김재정씨에게 매입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판 배경도 의혹해소가 미진했다.

    박 후보는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에게서 성북동 주택을 증여받은 점과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점은 솔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고 최태민 목사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의혹해소가 미흡했다.

    한나라당의 후보검증청문회의 기본 취지와 방향은 시의적절했다. 청문위원들이 시간의 제약 등으로 새로운 진실을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제 방송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미 나름대로 판단의 근거를 마련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검증 청문회는 어제부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검증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많은 의혹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따라서 국민차원의 검증은 8월 19일 경선 당일까지 계속 돼야 한다.

    대선 후보자에게는 사생활의 보호 보다는 ‘도덕성과 능력’의 검증이 우선한다. 19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선후보의 주소 이전이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은 사생활 보호대상이 아니라 철저한 ‘공적 정보’인 만큼 언론이 원하면 관공서에서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선 후보, 국무총리, 장관 등 고위직 공직자들의 개인 정보 공개는 가능한 확대해야 한다. 향후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관련법과 제도정비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범여권이 이번 한나라당 후보검증청문회가 “후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치쇼”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범여권도 한나라당의 후보 검증을 깎아내리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보다 더욱 강화된 후보검증의 잣대를 가지고 국민의 심판과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번 한나라당의 후보검증청문회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당 사상 최초의 시도로 높이 평가 받은 만큼 한국 정당사에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