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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주민등록초본을 부정 발급받은 혐의로 박근혜 후보측 홍윤식씨를 체포한 다음날 이번엔 박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씨를 체포했다. 검찰이 누구를 체포할 때마다 이·박 후보 진영은 “유리하게 됐다” “불리하게 됐다”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17일엔 당 대표까지 지낸 박 후보 선대위 서청원 상임고문이 이 후보 처남의 서울 도곡동 땅 관련 발언문제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양 진영은 이런 일이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지금 이 후보측은 검찰이 홍씨가 주민등록초본을 여권에 넘겼다는 발표를 해주거나 최소한 그럴 개연성이라도 풍겨줄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후보측은 검찰이 이 후보 처남 재산이 사실은 이 후보 것이라거나, 이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친인척에게 특혜를 줬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아 줄까 목을 매고 있다.
두 진영이 이러니, 검찰이 “국민에게 (대통령 후보)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말까지 태연히 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수사를 시작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 결과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이 후보에 불리한 결과를 내놓으면 이 후보가 반발하고, 그 반대면 박 후보가 반발하게 돼 있다. 실제로 정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신뢰를 얻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검찰이 정치적 풍향에 맞춰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병풍’, 20만달러 수수설, 기양건설 의혹 등이 사실상 그런 사건이다. 국정원 도청사건도 검찰의 첫 번째 수사결과는 진실과 180도 정반대로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0년 인터뷰에서 1997년 대선 당시 검찰이 김대중 후보 비자금 수사를 중단한 것과 관련해 “내가 중단시키지 않으면 누가 중단시키겠나. 검찰총장? 웃기는 얘기”라고 했다. 이것이 검찰의 현실이다.
그래도 이·박 후보 진영은 검찰 수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 같으면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사정하고 있다. 양쪽 모두 검사 취조실 밖에서 문에 귀를 대고 돌아가는 사정을 귀동냥이라도 해보려 안간힘을 쓰는 꼴이다. 이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행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