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가정보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가 공작정치 논란을 낳자 어제 ‘부패척결 TF’의 활동 내용을 공개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이 TF가 수집한 부패, 비리 첩보를 검찰과 경찰 등에 제공함으로써 군납 비리, 조직폭력 등 8대 민생경제 침해 사범 18만3400여 명을 적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제 한나라당이 공개한 ‘국정원의 전산자료 활용 방안’까지 포함하면 ‘빅 브러더’가 따로 없다. 국정원이 사회 곳곳에 이렇게 광범위하게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는 줄 몰랐다.
국정원의 전산자료 활용 방안은 국정원이 국세청, 행자부 등 14개 국가기관의 17개 전산자료망에 접속해 해당 개인의 주민등록, 세금, 주택, 병역 등에 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을 말한다. ‘부패척결 TF’가 이 후보의 부동산자료를 뒤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정보접근권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대공(對共), 테러, 국제 범죄조직 정보를 수집, 관리한다는 정보기관이 민생범죄 척결을 이유로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사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나라를 과연 자유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전자정부망은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0여 년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부처 간 행정자료 공유 체제다. 그런 시스템이 고스란히 국정원의 ‘공작정치 유혹’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어제 “국정원에 ‘부패척결 TF’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청와대가 불법의 소지가 농후한 조직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 국정원은 누가 감시, 감독한다는 말인가.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2004년 ‘부패척결 TF’를 만들 당시 국내정보 담당 최고책임자이던 이상업 전 2차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특별검사 임명과 국정조사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차제에 이 전 차장뿐 아니라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활용 행태 전반을 조사해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