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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가정보원은 한 5급 직원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처남의 부동산 관련 정부 자료를 열람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공무상 필요”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말하는 ‘공무’란 것은 부패척결 활동이라는 것이다. 국정원법에 따른 국정원의 국내 활동은 보안정보 수집·작성·배포, 국가기밀 보안업무, 내란·외환·군형법상 반란 등에 대한 수사,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 정보·보안업무의 기획조정으로 제한된다. 국정원법 어디에도 부패척결을 구실로 현직에서 이미 퇴임한 야당 정치인의 처남 재산을 들여다보라는 규정은 없다.
국정원은 5급 직원의 직속 과장이 이 뒷조사를 “예민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예민하다는 것은 조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정치공작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국정원 설명은 5급 직원 한 명이 이런 일을 벌였고, 사실 확인이 안 된다고 제 마음대로 자료를 폐기해버렸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펄펄 뛰다 내놓은 국정원 해명이 이런 어불성설이다.
시중에 공개된 이 후보 처남의 20여 년 부동산 거래 내용은 국정원 직원이 본 그런 정부 자료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박근혜 후보 주변인물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한 월간지도 자료를 여권 인사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 여권 인사들은 자료를 어디서 입수했겠는가. 이 후보 경우를 보면 국정원을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이명박 태스크포스’ ‘박근혜 태스크포스’가 있다는 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북풍사건’이나 도청사건 때도 처음엔 극력 부인했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당선의 일등 공신은 김대업씨였다. 김씨 폭로 수사를 대선 투표일까지 이어간 담당 검사는 나중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찰은 자의든 타의든 대선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다만 이번엔 폭로 역할을 맡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국정원이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정원 얘기만 나오면 “지나칠 정도로 정치 중립”이라고 선전해왔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올해 초 대선 때까지 운용한다면서 ‘정치중립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도 했다. 대선을 맞아 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교육하고 내부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홍보했었다. 그런데 야당 후보 뒷조사는 용케도 그 태스크포스의 눈길을 벗어난 모양이다. 모두가 거짓말이거나, 헛소리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 원장은 국정원 직원이 이 후보 처남 자료를 조사할 당시 기조실장이었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그도 아무것도 몰랐던 간부들 중 한 명이다. 김 원장이 아무것도 모르고 ‘정치 중립’을 입에 달고 다녔는지, 그게 아닌지는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