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외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인사가 참석한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이 전 시장 친인척의 부동산 관련 자료 정부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국무총리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 전 시장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이 전 시장 측에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소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검찰이 대선에 개입할 여지를 열어둘 수 있다는 우려에 이날 회의는 평소보다 두배 가량 길게 진행됐다. 지도부의 한숨 섞인 걱정이 쏟아졌다.

    이 전 시장 측을 향한 지도부의 비판을 굳은 표정으로 듣던 이 최고위원이 회의 말미에 말문을 열었다. ‘최고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 최고위원은 10분 가까이 마이크를 잡고 고소고발 사태에 대한 이 전 시장 측 입장을 설명했다. 이미 회의를 시작하면서 강재섭 대표가 "정신나갔다" "캠프 따로 당 따로, 콩가루 집안이다"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 전 시장 측의 개별행동을 경고한 상태였다. 이 최고위원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고발은 (이 전 시장) 캠프가 한 것이 아니다”며 “다스 사장이 명예가 훼손돼 억울하니까 (검찰에) 밝혀달라고 한 것이다. 특정 캠프는 고발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선부터 그었다. 

    그는 이 전 시장 캠프뿐 아니라 다스와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그는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과 전혀 관계없는데 걸고넘어지느냐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문서 유출에 대해 억울하다고 그쪽(다스와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에서 고발한 것”이라며 “특정 캠프에서 고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제 저녁 다스 측에 고발한 경위를 알아봤더니 그들은 사실이 아닌 것을 덮어 씌워 억울하다고 하더라”며 “이혜훈 의원에게 화요일까지 천호동 브라운스톤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니까 사과하든지 해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서 고발했다고 답했다”고 다스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또 “고발하는 측과 이야기해보라는 뜻인 거 같은데 오늘 당 분위기를 고발한 측에 전하기는 하겠으나 오늘 아침까지는 취하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다스는) ‘대선과 관계없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확대재생산하느냐’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이 사건을 명예훼손과 자료유출 부분에 한정해서 조사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확대해서 수사한다면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당원과 국회의원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정원의 ‘이명박-박근혜 X파일’ 작성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은 성실하게 답변하라. 답변 여부에 따라 다음 대응은 당 정치공작특위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 전두환 정권 당시 미국 전투기 도입 관련 의혹에 대해 “정치하면서 허투루 하지 않았다”며 “실명파악도 다 했는데 이니셜로 발표한 것은 당사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한 일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어 제보 내용만 이니셜로 발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