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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과정에서 나온 이명박 경선후보의 부동산 은닉 등 각종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 국민에게 올바른 선택기준을 제시한다는 명분이다.
검찰의 수사 방침이 일응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정리하여 국민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의지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선의나 중립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기관이 후보 검증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선거의 자율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검찰은 검증 논란을 검찰 수사로 가리는 입장에 곤혹스럽겠지만,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지 않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은인자중해야 한다. 특히 검찰이 이번 수사 착수의 명분으로 “국민이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보이지 않은 손’ 내지 권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검찰 수사에까지 이른 한나라당 검증 공방의 핵심은 이명박 경선 후보가 처남이나 친형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 투기를 하고 이를 숨겨 왔는지, 주가 조작과 사기 투자에 개입했는지 등이다.
애시당초 이 후보 쪽이 언론사와 박근혜 후보 캠프 인사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고소를 한 데 대해선, 검증 공세를 피하면서 국민적 의혹을 “정치 공작” 의혹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일각의 분석이 있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 캠프에서 “1시간이면 끝나는 간단한 사건이니 빨리 수사를 끝내라”, “‘야당후보 죽이기’의 일환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는 식으로 검찰을 압박한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당내 검증기구와 청문회 등을 통해 충분히 정치적으로 매듭을 풀 수 있는 사안을 검찰을 끌어들여 일을 복잡하게 꼬이게 만든 장본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또 다른 정치적 외압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 경선후보 검증 과정에 검찰을 끌어들인 이 후보 캠프는 선거의 존엄성을 검찰권에 내맡기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대선후보 검증은 해당 정당이 자체적·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를 위해 경선관리위원회와 후보검증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지 않았는가. 검증은 여론을 반영하는 언론과 당내 검증기구 및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의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원과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기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앞세워 후보 검증을 주도하려는 의욕을 앞세워 서는 안 된다. 아울러 한나라당이 제기한 정부기관 기록의 불법 유출 여부와, 검증 공세에 이용된 자료의 입수 경위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언제 어떤 내용의 수사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결정될 수도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큰 사건이다. 검찰은 정치불개입의 원칙에 입각해서 수사결과에 어떠한 정치적인 고려가 반영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수사결과를 한나라당 경선 전에 신속하게 내놓아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정권교체기에 권력의 시녀라는 꼬리표를 떼고 검찰의 독립성을 대외적으로 확보하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