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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이 하원의원에 출마했을 때였다. 합동유세장에서 그의 라이벌 후보가 청중들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 보세요” 라고 소리쳤다. 모두들 높이 손을 들었는데 링컨만 손을 들지 않았다. 그 후보가 링컨을 향해 “당신은 지옥에 가고 싶다는 말이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링컨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천만에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다만 의사당으로 가고 싶을 뿐이오!” 청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나서 마침내 링컨이 연설을 할 차례가 됐다.
“상대방 후보는 피뢰침까지 달린 호화 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벼락을 무서워할 정도로 죄를 많이 짓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청중들은 다시 폭소를 터뜨렸고, 후에 링컨은 당선되었다.
유머와 촌철살인의 해학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라이벌 정치인이 있다. 한나라당 '빅2 주자'간 선두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맞수'인 양측 선대위원장의 '또 다른' 경쟁구도가 경선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양 캠프의 '사령탑'인 홍사덕·박희태 선대위원장은 지난 1992년 14대 대선 당시엔 각각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대변인으로 일전을 치른바 있다. 두 사람은 선수가 5선으로 같은데다 홍 위원장이 16대 국회 전반기, 박 위원장이 17대 전반기에 각각 국회부의장을 지낸 바 있다.
따라서 경선·본선을 승리하고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다수당이 된다면 국회 의장직을 놓고 또 한 번의 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물론 경선에서 승리하는 캠프의 선대위원장이 유리할 것임은 말할나위 없다.
지지도 변화에 대한 대응책은 공세와 수세로 대칭된다. 홍 위원장은 서청원·최병렬 전 대표에 이어 전직 실무 국장단까지 캠프에 참여하자, 당의 정통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 위에 “7월 중순을 역전 포인트로 내다보며, 덕분에 비어 있던 용 그림 중 눈을 그려 넣게 됐다. 비상할 일만 남았다.”고 경선의 승세를 잡았다는 공세를 취했다.
박 위원장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바로 박 후보에게 넘어가지 않고 유보층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검증국면이 끝나고 검증결과가 나오면 유보층이 다시 이 후보에게 넘어올 것”이라고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대선주자간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당 지도부의 강경책에 대한 대응책도 차별화 된다. 홍 위원장은 "국민의 알권리는 기본권이다. 언론에 보도된 후보의 흠이나 얼룩에 대해 그 후보가 설령 무응답, 무대응으로 나오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말하겠다"고 언론을 통한 검증은 피할 수 없고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을 철저하게 발가벗겨야 한다"고 하며, 검증방법에 대해서는 "당 검증위원회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박 전 대표측 반발과 관련해 그는 "누가 검증을 하지 말라고 했느냐. 합의에 따라 하라는 것"이며 검증위를 통한 검증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처럼 4차례의 정책토론회를 거치며 지지율 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들자 선두를 탈환하려는 쪽과 선두를 지키려는 쪽의 입장은 거의 필사적으로 상반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은 홍 위원장이 창, 박 위원장이 방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홍 위원장의 주장대로 7월 중순 지지율이 역전된다면 홍 위원장은 다시 방패, 박 위원장은 창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지율은 고정불변이 아니고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다. 경선의 묘미는 이런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선대위원장은 명대변인 출신이다. 또한 역지사지의 정치철학을 가진 큰 정치인이다. 한국 정치를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미증유의 검증공방의 실험을 지금 두 사람은 하고 있다.
향후 두 선대위원장은 수시로 만나서 캠프간의 이견도 조율하고 한나라당 경선이 국민의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 바란다. 또한 살벌하기만 한 경선판을 여유와 웃음이 묻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경선 게임으로 만들어 주기 바란다.
50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경선에 승리하기 위해 양캠프 대변인들의 날이 선 성명전(戰)도 필요하지만, 중진 정치인의 경륜과 지혜가 묻어나는 생산적이고 상생하는 공방전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