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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들간 ‘통일․외교․안보정책 홍보전’이 치열한 19일 정책비전대회. 차별화에 몰두하는 ‘평범한’ 대선후보들과 달리, ‘한나라당 이단아’라 불리는 고진화 후보는 정책비전대회에 방청객으로 온 당원들과 ‘싸우느라’ 진땀을 뺐다.
고 후보는 이날 대전 평송 청소년 수련원에서 열린 세 번째 정책비전대회(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방청객들의 야유로 발언을 잠시 중단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고 후보는 ‘국민의 질문’에 답하는 도중 방청석의 소란으로 17초 동안 발언을 중단한 뒤 사회자에게 답변 시간을 더 요구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고 후보는 자신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해야할 소중한 시간을 방청객들과 신경전을 펼치는 데 허비해야 했다. 상호토론 첫 스타트를 끊은 고 후보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방청객들을 훈계부터 했다. 그는 “품격 있는 토론 문화가 돼야 한다. 좋아하는 분에게 환호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식으로 다른 후보를 비방하면 젊은이들이 떠난다”며 “중요한 논의를 하는 장소다. 장난하는 장소가 아니다”고 ‘호통’쳤다.
고 후보와 방청객들의 신경전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이명박 후보 질문이 끝난 뒤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 인권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이 후보의 질문에 방청객들이 “옳소”라며 동의하는 뜻을 나타내자 고 후보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박수 치시는 분들 ‘옳소, 옳소’ 이런 얘기는 좀 거북하다”고 말했다. 이에 방청석에서 또다시 야유가 쏟아졌고 고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 다시 (시간) 계산해 달라”고 불쾌해 했다.
사회자의 자제 요청에도 방청석의 야유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 후보는 ‘뜬금없이’ “이 자리에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지난 7․11전당대회) 당 대표로 출마했을 때 (전대가 끝난 뒤) 일주일이나 산에 가서 당을 떠나네 마네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소리쳤다. 당시 전대에서 이념 공세를 받았던 이 최고위원과 자신을 비교한 것이다. ‘분함’의 표현이었겠지만 고 후보의 이 발언은 “토론 주제와 상관없는 것은 발언하지 말라”는 사회자의 ‘경고’만 받았다.
방청객들과 싸우느라 답변 시간을 다 쓴 고 후보에게 “시간을 조금 더 쓰시라”고 이 후보가 자신의 시간을 양보해 다시 마이크를 잡은 고 후보는 화가 덜 풀린 듯 “이 토론은 젊은이들에게 방영되고 있다. 여러분과 자녀 생각은 다르다. 지난 대선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서 패한 것이다. 공식 방영되는 TV 앞에서 이게 뭐하는 행패냐”고 발끈했다.
고 후보와 방청객들의 싸움으로 토론회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 후보는 “통일·외교·안보 문제여서 당원들의 관심이 많겠지만 조금 조용히 해주면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다. 열린우리당 후보와 섞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한나라당 후보다”며 “경선 끝나면 힘을 모아야 될 후보이기에 여러분이 후보들에게 협조해 주면 좋겠다”고 방청객들을 달랬다.[=대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