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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사회 지도층, 특히 상류층과 귀족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높은 도덕적 소양을 말하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귀족이나 장군·국회의원의 자식이 군대에 입대하면 무조건 제일 열악한 곳으로 보내게 되고, 또 그런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초기 로마 제국시대에는 외적과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16년 동안 카르타고의 한니발과 맞붙은 로마는, 귀족들이 솔선수범하여 전쟁에 참가했고, 재산을 스스로 나라에 바쳐 부족한 전비를 충당했다.
그 당시 참전하여 전사한 귀족의 수가 무려 13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귀족들은 일반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었고 높은 도덕적 책임을 짊어짐으로써 로마가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사회의 본질적인 분열원인은 지역감정·세대갈등·이념대립보다 오히려 지도층과 피지도층간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국가발전을 위한 기본덕목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찾아볼 수 없으니 부와 명예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정서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가 자신의 위장전입이 자녀교육 때문에 일어난 일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1969년 이후 모두 24차례에 걸쳐 주소를 옮겼으며, 자녀들의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4차례의 주소 이전도 여기에 포함되나,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옮긴 경우는 전혀 없었다는 해명이다.
그가 자신의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지낸 ‘월급쟁이 성공신화’를 이룬 그가 수시로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으니 한국사회 지도층에 대한 총체적 국민불신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위야 어떻든 위장전입은 불법행위로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에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선후보는 모두 5차례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경선후보 측이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로써 부동산 투기 의혹은 해소된 셈”이라고 말한 것은 선수가 심판을 보겠다는 발상이다.
대통령은 헌정과 국법 수호의 최후 보루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남다른 도덕성과 준법의식을 평생의 삶으로서 보여줘야 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총리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과정에서 위장전입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친 사실이 있었다.
“어린 시절 가난하게 자라 서민들의 심정과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이 경선후보가 딸과 아들을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귀족학교인 사립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하니 서민정서에 얼마나 부합할지 의문이다. 그가 교육정책에 있어 ‘공교육 중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또한 당시 사립초등학교 입학은 학군과 관계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이 경선후보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한 점의 의구심이 없도록 해명해야 한다.
위장전입 문제는 이 경선후보의 일회성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아직도 몇 차례의 주소 이전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나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부동산 투기가 횡행했던 1980년대 초·중반에 걸쳐 강남과 강북을 오간 부분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한나라당 검증위는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이 경선후보의 소명을 충분히 듣되, 철저하게 재확인해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진실여부는 최종적으로 한나라당 당원과 국민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