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 대선주자가 11일 제 17대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경선 후보로 등록함에 따라 70일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이로써 두 후보가 동시에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분열과 경선불복 가능성은 외관상 소멸됐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두 주자간 지지율 차는 7-15% 가량으로 이 전 시장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검증 공방과 정책토론회를 거치면서 격차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점칠 수 없는 ‘박빙의 승부’로 가고 있다. 경선이 흥행을 일으킬 수 있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의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경선판도의 최대 변수는 역시 ‘후보 검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8천억 재산은익 논란, BBK 의혹 공방 등 ‘이명박 재산검증’에 대해 이 전시장측은 네거티브로 규정하고 ‘대세론’을 굳혀 가겠다는 전략이며, 박 전 대표 측은 6·7월 검증공세를 통해 ‘대망론’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검증과 네거티브의 모호한 경계를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검증은 실체가 있는 대상의 증거를 조사하는 것이며 네거티브는 실체가 없는 것을 막 얘기하는 것이다. 검증은 본격적인 여권의 각종 공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며, 네거티브는 현재의 세불리를 극복하기 위한 의혹제기와 폭로이다.

    한나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두 번에 걸친 대선 실패에 따른 여권의 기획 검증공세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나라당에서는 검증위원회를 발족해서 국민들의 폭넓은 제보를 받고 있다.

    검증위원회는 후보들을 냉혹하게 검증해 부실을 막고, 공정성을 담보하여 검증과정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올바른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경선다운 경선’이 되기 위해서는 경선후보의 친인척 재산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

    '사기(史記)'의 유후세가(留侯世家)에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라는 말이 있다. 진(秦)의 시황제가 죽자 천하는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진나라를 타도하려고 군사를 일으킨 많은 사람들 중에 유방과 항우도 끼어 있었다. 그런데 유방이 항우보다 앞서 진나라의 도읍 함양에 입성, 3세 황제 자영으로부터 항복을 받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궁중에는 온갖 재화와 보물과 아름다운 궁녀들이 가득했다.

    유방은 마음이 동하여 그대로 궁중에 머물려고 했으나 장량이 간했다. “진나라가 무도했기 때문에 패공 같은 서민이 왕궁에 들어오실 수가 있었습니다. 남은 일은 천하를 위해 잔적(殘敵)을 소탕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소함이 바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물과 미색에 현혹되어 진(秦)왕의 음락(飮樂)을 본받으려 하니 포악한 하(夏)의 걸(桀)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於耳而利於行), 독한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毒藥苦於口而利於病)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불현듯 깨닫게 되어 왕궁을 물러나 패상(覇上)에 진을 치고 B.C 202년 한(漢)나라를 창업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검증은 ‘좋은 약이 입에는 쓰나 몸에 이로운’ 것처럼, 정권교체를 위한 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후보검증이 허술하게 끝나서 본선에서 질 경우 풍비박산난 한나라당의 모습과 의기양양한 좌파진영의 영구집권을 한번 상상해 보라. 노 대통령의 말처럼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검증에 대한 후보자별 입장은 박 전 대표는 “선거과정 자체가 검증과정이며 어차피 우리가 안해도 본선에 가면 더 가혹하고 철저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며, 이 전 시장은 “나쁜 상상으로 그림을 그려놓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폭로하고 없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검증은 캠프간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검증이 치열해야 하며, 이것은 전적으로 당 지도부의 리더십과 조정력에 달렸다. 검증에 대한 최종 평가는 당원과 국민이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분열 없는’ 경선으로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 하고 정권교체를 이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