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 16명의 탈당을 놓고 ‘이상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탈당 의원들의 소속 정당인 열린당 지도부는 대변인 등을 포함하는 핵심 당직자들이 탈당을 했는데도 이들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반면, 애초 열린당 의원들의 탈당을 촉구했던 민주당 등 범여권은 오히려 이들을 비판하는 모습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통합 논의 주도권 경쟁과 무관치 않은 상황인데, 벌써부터 통합 논의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8일 열린당 초·재선 의원 16명의 집단탈당과 관련, 열린당 지도부와의 교감 속에 이뤄진 ‘기획탈당’으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했다. 이날 집단 탈당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신당파’와의 본격적인 통합 주도권 경쟁을 놓고 신경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이들의 탈당 선언 직후 기자실을 찾아 “정세균 열린당 의장이 ‘제지하지 않겠다’고 집단 탈당을 사실상 고무 격려하는 발언을 했다. 대변인을 비롯한 핵심 당직자들도 탈당 대열에 포함돼 있다”면서 “이른바 ‘제3지대’에서 신당을 창당하는 선발대라고 한다. 참으로 이상한 풍경”이라고 힐난했다.

    유 대변인은 “제3지대, 3지대라고 유행처럼 하니까 한마디 하겠다”며 “제3지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섬일 따름이다. 제3지대는 주소도 번지수도 없다. 편지를 부치면 들어가지 않고 반송된다”면서 이들의 탈당 명분으로 내세운 제3지대 대통합론을 일축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입으로는 대통합을 말하면서 행동은 분열적”이라며 “이런 눈속임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맹폭했다.

    유 대변인은 또 “실패한 열린당을 탈당하는 것은 옳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제3지대에 독자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과 결합하지 않는 한 열린당의 2중대, 3중대 또 다른 분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더욱이 민주당 내에서 정통성도 없는 소수 비주류 분파와 연대하겠다는 구상은 제2의 민주당 분당 음모이고 현실성도 도덕성도 없다”면서 “독자정당 창당을 포기하고 중도통합민주당과 결합하는 것이 순리이고 중도대통합의 지름길”이라며 이들의 탈당을 힐난했다.

    이에 앞서 열린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들의 탈당에 대해 “기획을 한 사람도 없고 연출한 사람도 없으니 기획탈당은 아니다”면서 “대통합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대통합은 대의고 시대적 과제”라며 “대통합은 누가 막으려 한다고 해서 안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방해한다고 해서 방해를 받을 일도 아니다”고 말해, 사실상 이들의 탈당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