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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경선대책위원회에 한나라당의 당직자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명박 선대위’는 현역의원만 36명으로 매머드여서 ‘정당급 규모’다. 대세론으로 경선 초반의 기선을 잡겠다는 ‘이명박 선대위’의 전략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김광원 경북도당위원장은 선거대책 부위원장으로, 김기현 제1정조위원장은 조직기획 2본부장으로, 김석준 제4정조위원장은 정책기획 제3본부장으로, 김양수 원내부대표는 경남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이재웅 원내부대표는 정책기획 제2본부장으로, 이원창 국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선거대책 제4본부장으로 자리를 바꿨다.
당직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라 특정 대선주자의 선대위에 참여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치에도 최소한의 도덕률과 윤리가 있다. 조불려석(朝不慮夕-아침에 저녁 일을 헤아리지 못한다)을 모르는 선량들은 없을 것이다.
당직보다 유력 대선후보 캠프의 소속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더 이문이 남는 장사라는 계산법에 따라 당직자의 본분과 사명은 안중(眼中)에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당직에 발탁해준 당 대표에게 동의를 구하고 사표를 내는 것이 정치 이전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가 아닐까.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당 중심’의 지휘체계가 확립 돼야 한다. 차제에 당의 구심력을 회복하고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 당 지도부는 감탄고토(甘呑苦吐)로 당직의 권위를 실추시킨 당직자들의 사표를 받을 것이 아니라 당직 해임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번 한나라당 지도부- 대선주자간에 ‘캠프 상주 인원은 현역의원 상근자를 10명 이내로 한다’라고 합의한 바 있다. 그 합의정신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명박 선대위는 한나라당 현역 당직자들을 5명이나 무원칙하게 빼가고 현역의원을 대규모로 포진시켜 합의정신을 깼다.
또한 지난 30일 경기도 과천시 관문체육공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경기도 당원교육 및 단합체육대회’가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경기지역 당원들의 모임인 ‘경기희망포럼’의 행사로 밝혀져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일고 있다.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기도당위원장의 경선 중립의무 위반이 도마 위에 올랐고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합의된 원칙을 지키지 않고 불공정 사례가 계속 된다면 한나라당 경선은 빛을 바랠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할 것이다.
최근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주도한 청와대, 국정홍보처 간부들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指鹿爲馬) 간신들을 사초에 기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인이든 공직자든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직을 유지한 채 캠프 고위직의 영예를 거머쥔 모 도당위원장은 지난 4월 하순 4·25 재선거 기간 중 지구당 당원 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소개’해서 주위의 빈축을 산 일이 있다.
포복절도(抱腹絶倒)로 한바탕 웃고 넘어 갈 일이 아니다. ‘야당판 간신’의 전형이라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 이런 부류의 정치인들이 대선 후보 선출 후 선대위의 요직을 맡을 경우를 상상해 보라.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명약관화(明若觀火)할 것이다. 국민적 빈축을 사서 대선을 망치는 우(愚)를 범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치인은 ‘자신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가 먼저라는 애국심과 사명감에 충만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다음 국회의원 공천을 위해 선량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보스에게 아첨하는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하루빨리 종식해야 한다.
차제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중앙당 및 시·도당 당직자들이 경선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특정 대선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경우 18대 총선 공천권을 박탈하는 등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그 길이 한나라당 경선도 살리고 당도 살리는 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