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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성 발언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범여권 통합 논의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잡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범여권의 통합 논의 과정에 전면적으로 나설 태세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31일 오전엔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의 예방을 받으면서 또 한마디 쏟아냈다. ‘훈수정치’라는 정치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강한 불괘감을 내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우선 ‘훈수정치’라는 비판에 “내가 50년동안 몸담았던 민주개혁세력이 지금 사분오열돼 있고 그로 인해 국민이 많은 실망과 좌절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되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나를 지지해 준 국민들을 생각할 때 나 또한 많은 책임을 느끼고 내 한몸 편하자고 가만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훈수정치’라는 비판을 일축했다.
지난 29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 “지금 완전히 발악을 하고 있다”라고 독설을 퍼부은데 대한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에 앞서 사실상 범여권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까지 읽혀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정 의장의 통합 추진에 관련된 언급을 정 의장에게서 들은 직후 “(정 의장의)고충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정해진 시한(6월14일)이 있다는데 그 시점까지 대통합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하되 (그것이)여의치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차선의 방법이라도 현실화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9일 만난 박상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 “박 대표, 그 양반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쉽게 바뀌지 않겠더만…”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배석했던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오영식 의원이 전했다. 이같은 일련의 발언은 박 대표의 ‘특정 인사 배제’로 대통합 논의가 수월치 않을 경우엔 ‘박 대표를 배제한 채, 대통합논의를 진행시켜라’는 의미로까지 받아들여질 개연성이 농후해 DJ가 범여권 통합 논의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잡아주는 모습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자칫 범여권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 조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지금은 대통합이 대의고 명분”이라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면서 정 의장에게 대통합을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대선에서는 후보도 중요하지만 무대를 만드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정 의장의 대통합 노력을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 달라”고 격려한 뒤 “지도자는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현실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할 때엔 몸을 던지는 것도 요구된다”고 말했다고 오 의원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그간의 통합 추진 과정을 김 전 대통령에게 설명했으며, “박상천 대표의 입장과 생각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당대회 결의된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되 박 대표의 입장이 변하지 않으면 민주당 내 통합세력과 당 밖의 시민사회세력, 여타 정파와 정치세력과 함께 대통합신당추진을 선언하고 물꼬를 터야 한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오전 10시30분에 시작돼 50여분이 걸렸다. 2주일 전부터 미리 면담 일정이 잡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