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정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30일 또 말을 보탰다. 친노(親盧)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각되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교동 사저에서 이 전 총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범여권의 통합 논의와 관련, “대통합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 방향으로 이 전 총리가 책임을 지고 잘 해달라”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윤호중 의원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이 전 총리에게 “민주당이 대통합신당에 참여하겠느냐”고 물었으며 이 전 총리는 “결국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또 “대통합신당의 큰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6월 10일을 전후해서 정치권 밖의 시민사회세력들과 새로운 국면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의 통합논의에 대한 보고를 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이 “열린당 내 모든 세력들이 대통합에 찬성하느냐”고 물었으며, 이 전 총리는 “대통합신당의 틀이 형성되고 열린당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신설합당방식으로 대통합신당에 합류하는 것에 대해 당내 이견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총리는 “6월까지는 통합협상이 마무리되고 7월 중순까지는 창당 협상을 매듭지어야 8월부터 경선에 들어갈 수 있다”며 “서둘러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실망을 넘어서 잘못하면 체념까지 이를 수 있다”며 “대통합의 방향에서 잘 해나가길 바란다. 이 전 총리가 책임지고 대통합문제를 잘 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역대 대선에서는 후보가 먼저 부각이 되고 그 중심으로 연합·통합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정당이 중심이 돼서 대통합정당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후보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갈 수 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15분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면담에선 이 전 총리의 평양·미국 방문 결과 보고가 주를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이 “열린당 내 모든 세력이 대통합에 찬성하느냐”고 물었다는 발언을 놓고 당 사수에 방점을 찍고 있는 친노세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배석했던 윤 의원은 “친노세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닌가 하는 느낌은 들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한편, 이날 면담 시간이 1시간 가량 걸린 것을 놓고 기자들 사이에선 우스개 소리가 나왔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김혁규 의원, 정동영 전 의장 등이 1시간 10분 가량을 면담했었던 것과 비교해 '김 전 대통령이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아직 대선 예비주자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와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50분씩 김 전 대통령과 만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