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은 29일 범여권의 통합 논의와 관련, “서로간에 감정이 악화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좋겠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단일 후보에는 이른다는 각오로 하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동교동 사저에서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으면서 “지난 2002년 노무현, 정몽준도 단일화하지 않았느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가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유종필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일정당을 만들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연합해서 단일화를 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어떠한 경우든 국민의 뜻을 따라서 가야하고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국민은 중도개혁세력의 대단합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가 ‘궁극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통해서 한나라당과 일대일 대결을 하라는 말 아니냐’고 묻자 “후보단일화든 대통합이든 나는 어느 쪽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뜻을 잘 생각해 마지막 단일화는 틀림없이 할 수 있도록 잘 해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 대표가 “마지막 후보단일화는 틀림없이 해내겠다”고 의지를 밝히자, 김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열세인 쪽이 단일화에 응하지 않으면 국민여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여하튼 국민 앞에서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박 대표가 열린당 내 ‘특정 그룹 배제’를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무조건 합치면 (국민)신뢰를 상실한다”고 하자, “그런 일은 실제 일하는 여러분이 판단해서 하고 어떤 일이 있든지 단일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후보”라면서 “지난 4․25 재보선은 국민 무서운 것을 보여준 선거다. 후보가 없으면 만들고 키워내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표가 잘 해라”고 격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아울러 ‘대통합이 친노파도 포함하는 것이냐’고 박 대표가 물은 데 대해서는 “민주개혁세력이 다 포함되는 것을 대통합이라고 하는데 누가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하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신중한 모습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누군가 뒷바라지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극소수의 국정실패 책임자만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을 포용해서 한나라당 맞서 싸우겠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중도개혁통합정당을 출범시킬 때 열린당과 명백히 다르다는 차별성만 인정받으면 확실히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며 “국민 신뢰를 어느정도 얻고 나면 친노든 누구든 후보단일화를 해서 함께 가는 것을 국민들은 인정할 것”이라면서 시종일관 열린당과의 무조건적인 통합은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박 대표는 오후 2시 50분부터 50여분동안 김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시간 대부분이 박 대표가 통합과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을 김 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채 10분도 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했던 유 대변인은 동교동측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 “엊그제 다른 측에서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브리핑을 했는데 그 내용에 대해서 동교동쪽에서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오버해서 자기들 위주로 브리핑을 했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동교동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