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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귀재’로 불리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었던 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통합을 얘기하는 놈들은 정치할 자격이 없는 놈들”이라며 혹독하리만큼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이도 모자랐는지 “대통합을 운운하는 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라면서 "유시민은 당당한 정치라도 하지만 도대체 정세균(열린당 의장)은 뭐하는 사람인지…”라며 정 의장을 겨냥한 못마땅함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이 의원은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운주사의 와불을 운운하며 “와불에 물이차면 미륵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를 이렇다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지만 결국은 범여권의 대통합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를 내보였다.
이 의원의 절절한 ‘바램’탓일까, 열린당의 추가 집단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범여권의 대통합 추진에 큰 장애물이었던 열린당의 '와해'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염치불구한’(?) 대통합 압박이 가세하면서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가 새로운 물살을 탈 조짐이엿보이고 있다.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정세균 지도부의 ‘대통합 시한’ 만료일인 6월 14일이 범여권 대통합의 뇌관으로 작동할 공산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세균 지도부의 통합에 대한 가시적 성과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탈당 등 결단 압박이 소속 의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꼴인데, 소속 의원들도 결단 시점 찾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당장 열린당과 열린당 탈당파 의원 등 20여명이 27일 저녁 서울 인사동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대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정세균 지도부의 ‘대통합 시한’이 만료되는 내달 14일을 전후로 집단 탈당 등의 결단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당내 최대주주로 평가되는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다수가 참석, 사실상 이들의 집단 탈당에 이은 열린당 ‘와해’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대세다. 당내 최대 주주격인 정․김 두 전직 의장이 이에 가세해 탈당에 힘이 실릴 경우 열린당은 그야말로 ‘당 사수’를 외치는 명실공히 ‘친노(親盧)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탈당의 규모와 정.김 두 전직 의장의 탈당 명분 등 집단 추가 탈당 여부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열린당 내 추가 집단 탈당 관측이 대세를 차지하면서 범여권의 대통합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열린당 지도부는 ‘대통합 시한’ 만료 이후에도 질서있는 대통합은 불가피하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이들의 탈당 움직임을 자극하고도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4개월여의 전권을 위임한 통합시한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더 이상 당 지도부의 통합논의는 오히려 '갈 길 바쁜' 범여권의 대통합 움직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집단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사수’에 초점을 둔 친노진영과의 격한 대립도 불가피한 만큼, 대통합 추진 방향에 감정적인 대립까지 더해지면서 추가 집단 탈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모 의원의 바램대로 와불에 조금씩 물이 차가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