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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후보검증’, 깨끗한 ‘결과승복’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경선관리위원회와 후보검증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후보 선출 과정의 닻을 올렸다. 무엇보다 검증 작업은 난해하고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29일 첫 회의를 열게 되는 후보검증위와 안강민 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검증(檢證)의 법률적 의미는 “법관이 자기의 감각으로 어떤 대상의 성질이나 상태 따위를 인식하여 증거를 조사하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검증 대상에 누락이 있어서도 안 되고, 검증 과정과 방법, 절차, 내용에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 헌정사에 당내 경선과정상 후보검증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번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이 처음이다. 92년 김영삼-이종찬, 97년 이회창- 이인제 등, 2002년 이회창-최병렬 등 후보경선에서는 대세론은 있었지만, 후보검증은 없었다.
그 결과 김영삼 후보는 성공했지만 이회창 후보는 2번씩이나 실패했다. 1승 2패는 타산이 맞지 않는 법이다. 그러한 반성의 토대위에서 이번 한나라당 대선후보경선 과정의 후보검증 작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증이 한나라당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검증의 역기능’ 주장도 있다. 그러나 후보 검증은 운 좋게 당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대선에서 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결격사유는 후보의 맷집과 면역을 키워서 본선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검증의 순기능’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는 신(神)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흠결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결격사유를 보유한 예비후보를 대선 후보로 내놓는 다면 ‘폭탄을 지고 적진으로 돌진(突進)하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따라서 검증은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 후보들의 정책, 이념, 도덕성 등 모든 면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후보들의 출생에서 현재까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후보 검증 위원회가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좋은게 좋다’는 식의 소극적인 활동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대안과 묘수를 찾아서라도 완벽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후보들은 검증 과정에 적극 협조해야 하며 그 결과에 사심 없이 승복해야 한다. 후보검증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한나라당은 반드시 집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실 검증’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선출된 대선후보는 물론 한나라당 전체가 대선 기간 내내 범여권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은 깨끗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 벌써부터 지방 일각에서는 금권선거 시비가 일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이 또 다시 돈 경선으로 점철되면 ‘도로 한나라당’, ‘차떼기 당’의 망령이 되살아 날 것이고 경선결과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사실 4인이 경쟁했던 2002년 한나라당 후보 경선은 ‘무늬만 경선’, ‘들러리 경선’으로 일관했다. 기호지세(騎虎之勢)의 대세론 후보가 조직과 자금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위-4위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27.4%라는 희극 같은 숫자가 이를 웅변해 주고 있다.
때마침 홍준표 의원의 경선 참여가 지루하게 고착된 양강구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2강 1중 2약’의 경선구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국민들의 또 다른 관심사와 경선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리 저리 한나라당 후보경선은 아직도 지리멸렬한 상태를 면치 못하는 범여권 진영보다 분명 국민적 관심사를 끌고 있다. 그러나 3달 남은 경선기간 동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선이 절대적인 지상과제이다.
경선관리위원회와 후보검증위원회는 후보선출 과정을 주도적으로 관리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사람 골병드는 일이 돼서 큰 일”이라 하면서도 “최대한 진실에 가까운 검증을 하도록 노력 하겠다”는 안강민 후보검증위원장의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