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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을 전격 사퇴한 유시민 전 장관이 22일 오후 당 복귀를 공식 신고했다. 같은 시각,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친노(親盧)’성향 의원 10여명과 만나 최근 정국상황을 논의했다. ·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은 친노진영을 대표하는 인사이자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심상치 않은 행보는 최근의 열린우리당 내 친노진영의 분화조짐과 맞물려, 범여권 안팎에선 이들의 ‘대혈투’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세총리’였던 이 전 총리와 소위 ‘유빠(열성지지자)’로 대변되는 극단적 지지층을 앞세운 유 전 장관과의 일대 결전은, 범여권의 대선 구도에 또다른 흥미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 모두 자신의 대선출마설에는 확답을 미룬 채 정국상황만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지만, 향후 '결전'을 시사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도 종종 감지되고 있다. ‘노(盧)의 남자들의 혈전’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유 전 장관은 23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의 대선출마 여부와 관련,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운영을 무지 잘 하실 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이 꼭 뽑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국민들은 일 잘할 사람만 눈에 두고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유 전 장관은 그러면서 자신의 대선출마에 대해선 “열린당이 어떻게 될지,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각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 위에 어떻게 후보 경선이란 집을 짓겠느냐. 내가 대선 도전한다는 건 볍씨도 안 뿌리고 추수하러 가는 격”이라고 했다. 범여권의 통합논의와 맞물린 당 해체 여부에 대해선 “열린당이라는 배를 수리하면 여전히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본다. 수리 못한다고 해도 선실에 한명만 남아있어도 나는 못 뛰어내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범여권의 한 핵심 당직자는 “유 전 장관이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러나 결국은 움직이지 않겠느냐”면서 유 전 장관의 대선출마쪽에 무게를 실었다. 범여권의 통합 논의의 진행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당 리모델링’ 내지는 ‘사수’를 내걸고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전 총리의 최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그간 대선불출마 입장을 견지해오던 스탠스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이 전 총리는 22일 저녁 서울시내 모처에서 김종률, 이화영, 윤호중, 백원우, 김형주 의원 등 친노 의원 등과 만나 자신의 역할론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여권의 대통합 논의 과정과 대선국면에서의 참여정부의 전직 ‘실세총리’로서의 역할이 있음을 내보인 것으로 보이는데, 정국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대선출마 등의 결단도 내리지 않겠느냐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 전 총리는 또 지난 8일 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자리에서도 “범여권 진영이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거나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이 되면 나라고 어떻게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는 곧 사실상 대선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정치권에선 해석돼 왔었다. 때문에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감안할 때 이 전 총리의 22일 친노성향 의원들과의 만찬은 이같은 기류를 감안한 본격적인 행보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 이 전 총리측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선과 관련한 스탠스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주변에서 출마 권유 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선 남북관계 개선에 매진하고 있는 이 전 총리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특단의 상황 변화가 올 때 범여권의 유력한 카드로 급부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 전 총리도 결단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또한 유 전 장관의 당 복귀를 놓고 유 전 장관에 대한 당내 비호감세력들의 노골적인 불쾌감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괜한 자극을 우려한 당내 친노진영이 이 전 총리 카드를 중심으로 모종의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의 대결구도 보다는 범여권의 통합 논의와 대선 구도를 감안한 역할분담론 전망에 무게를 싣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전 장관이 이 전 총리의 보좌관을 지내는 등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이 사실상 '정치적 사제관계'나 다름아닌 상황에서 대선을 겨냥한 ‘혈전’이라는 무리수까지 두겠느냐는 것이다. 역할분담을 통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유 전 장관이 이해찬 전 총리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한 전위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