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범여권에서 몸값이 상승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7일 "탈당은 길을 내고 문을 연다는 자세로 했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5·18 정신과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 제목으로 강연을 한 뒤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탈당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급변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적극 주도·선도하는 한나라당이 못되기 때문에, 난 그것을 바꿔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앞장서는 한나라당으로 만들려 했지만 실현할 수 없다는 모습을 봤다"며 "이 성에서 안주하지 말고 절벽 같지만 길을 내고 문을 연다는 자세로 나왔다"고 말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 전 지사의 15일 회동과 관련, 손 전 지사는 "만난 것은 맞는데 비밀회동은 아니다"며 "공개적으로 기자들을 동석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의장이 (내게) 고생 많이 했다고 위로하는 자리였고 편안하게 했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오'자도 안 나왔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범여권 통합'에 대해 "지금 범여권이 여러가지로 갈라져 있고 해체되는 분위기"라며 "여권정치에 위기가 온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탈당했다. 그것을 살려보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적당히 지금 있는 것을 적당히 얼기설기 해서 철사를 잇고 종이를 붙인다고 해서 국민에게 인정받긴 힘들다"면서 "있는 것을 적당히 봉합해서 얼기설기 엮는 것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고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범여권의 통합에 쉽게 함께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탈당해서 범여권에 바로 몸을 기탁해 자리를 받고 들어가면 손학규가 가진 정치적인 자산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완전히 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정치를 감당할 사람들을 규합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며 "범여권 통합보다 새 정치 구심점을 만드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 밖에 있는 사람들(과) 지금 한나라당에 있는 사람도 동의하고, (통합할) 자세가 있는 사람이라면 구심체가 되는데 같이 결합하는 것이 첫째로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또 "핵심이 단단해지면 눈덩이 굴리듯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향후 범여권 통합에 기대를 나타냈다.

    한편, 그는 이날 강연에서 "난 내일 5·18 행사에 참배하고 참가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며 "93년에 김영삼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5·18이 국가적 공식행사로 시작했는데, 당시 민자당 의원으로 (내가) 유일하게 참석했다"고 말해 광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