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7일 "경선에서 지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하겠다"며 "누구든 지는 사람은 승자를 위해 돕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포부를 조목조목 밝혔다.

    "만약 경선에서 지고 박 전 대표가 후보가 돼도 그를 밀 것이냐"는 질문에 이 전 시장은 "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이 있다"며 "누구든 지는 사람은 승자를 위해 돕고 최선의 노력을 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권 교체만큼 중요한 것이 패자와 승자가 함께하는 승복의 역사"라면서 "이번엔 갈라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 "8월 경선 연기해서는 안 된다" = '8월 경선'에 대해 이 전 시장은 "경선을 다시 연기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범여권 후보가 나올 때에 맞춰 경선을 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준비된 당'의 경선 일정을 '준비되지 않은 당'의 경선에 맞출 필요는 없다"면서 "8월에 경선을 해야 준비된 당으로서 한나라당의 어드밴티지(강점)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은 외연도 넓혀야 하고,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개혁도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장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유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 최고 권력자가 아닌 국가의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다"며 "지난 10년간은 말만 그럴 듯했다. 실제로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체의 10년이 이어지고 성장은 멈췄다"면서 "성장의 대통령이 필요하다. 내가 그런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내가 대기업의 최장수 CEO를 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세계와 경쟁했고, 약속하고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루는 게 몸에 배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은 기존의 정치인들을 '로컬 리더'로 자신을 '글로벌 리더'로 규정했다. 그는 "기존의 정치인들은 자기를 위해 내부만 보고 싸우는 로컬 리더들"이라며 "그러나 난 세계 일류기업들과 경쟁하고 타협하면서 이미 완벽한 글로벌 리더가 됐다"고 말했다.

    ◆ "철저한 검증 받겠다" = 박 전 대표 측에서 주장하는 '철저한 검증'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나도 철저한 검증을 받겠다는 데 적극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성 검증은 옳지 않다"고 경계했다. 그는 "난 대기업의 CEO를 오래 했다. 대기업에는 스스로의 엄격한 검증이 있고, 난 서울시장을 하면서 받을 수 있는 모든 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96년 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도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에 그는 "의도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정치에 처음 나와 몰라서 저지른 실수"라면서 "내 인생 최대 실수였다. 인생 여정에 좋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지지율 급락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 나에 대한 지지는 합리적인 지지"라며 "검증 과정 등 별의별 파동이 있었지만 별 영향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일부 언론에 '난 한 번도 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 데 이 전 시장은 "난 종로에서도 나오고 서울시장에도 나오고 쓰라린 경험을 다 해봤지만…"이라며 "(박 전 대표는) 정치에 입문한 뒤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쓰라린 못해 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동아일보와도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번 '경선 룰 논란'에 대해 "이번에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일단 양보한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개혁에 대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당의 진정한 개혁은 후보가 된 뒤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당 개혁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선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당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강재섭 대표가 당을 개혁하겠다고 약속한만큼 잘 실천할 것으로 본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당심에서 박 전 대표에게 약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전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아주 구태의연한 생각"이라며 "지금 시대에는 바로 국민이 당원이고 당원이 국민이다. 어느 것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