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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갈등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간의 정국구상 시각차와 맞물리면서 두 전·현직 대통령간의 기싸움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 텃밭인 호남세력을 어떻게 볼것인가 하는 이견인데, 호남세력이 범여권 대통합에 필수적인 우선 협상자인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시각차가 노정되고 있는 것.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에 ‘전통적 지지층 복원’이란 의중을 ‘설파’(?)하고 있다. 대통합 작업과 관련해서도 “단일정당이 최선이고, 그것이 안되면 단일후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과 충청권의 연합, 이른바 ‘서부벨트’를 복원해 이를 수도권까지 확산시켜 범여권의 단일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DJ에 의중에 격한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범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지역정치’로 규정하고, “지역정치는 호남의 소외를 고착시킬 것”이라면서 “호남-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고 못마땅함을 감추지 않았다.이들 두 전․현직 대통령간의 이같은 인식의 차이는 범여권 내부의 갈등과도 맞물리면서 기싸움을 넘어선 충돌 양상까지 내보이고 있다.
통합론에 방점이 찍혀있는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노 대통령과 각 세우기에 나서면서 DJ의 의중에 ‘화답’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김근태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을 비롯 천정배 의원은 빈번히 호남정신의 계승을 운위하기도 한다. 또 다른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DJ와의 연대설이 나돌정도로, DJ의 대북포용정책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11일에는 서울 삼성동의 한 한식집에서는 범여권 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DJ 차남 홍업씨의 당선 축하 자리가 열릴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홍업씨를 통한 DJ의 향후 정국구상이 가시화되는 자리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범여권 친노진영도 본격적인 세결집 움직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을 비롯 친노인사들이 주축이 돼 노 정부의 올바른 정책공과 평가작업에 나서겠다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두고 정치권은 ‘퇴임후 노무현 정치’를 겨냥한, 정치세력조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부 친노 진영 대선주자를 겨냥한 '영남후보론'도 일고 있다. 최근의 당 해체 문제를 둘러싼 내전 상황에 대해서는 열린당 내 통합론자를 몰아내고 ‘열린당=노무현당’이란 정치구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범여권의 대통합 추진 작업과 맞물리면서 기싸움형태로 번지고 있다는 모습인데, 여기에 두 사람을 활용하려는 정치세력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노-DJ'간의 일대 충돌기류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지지율 회복 상태인 노 대통령과, 홍업씨의 보선 당선을 통해 호남맹주임을 재차 증명한 DJ간 ‘힘의 충돌’도 현 시점에서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올 연말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타이밍상으로도 범여권의 대통합 등 향후 정국 밑그림을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의 의중이 본격 현실화 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간의 관계에서 나타났듯이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간에도 정국 구상 시각 차이와 이를 바탕으로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의 기싸움이 노정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관계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범여권 안팎에서 나온다.





